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26 조회수1,400 추천수10 반대(0)

용산 성당에 있을 때입니다. 성당은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행정구역상 성당의 대부분은 용산구에 있었지만 수녀원이 있는 곳의 일부는 마포구에 속해 있었습니다. 지리산이 경산도와 전라도의 경계에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성당이 두 개의 행정구역에 속해 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 홍보를 갔었고, 본당 신부님의 배려로 앤텔롭 캐넌(Antelope Canyon)’엘 다녀왔습니다. 그랜드 캐넌이 지상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면 앤텔롭 캐넌은 땅 아래에 아름다운 경치가 있었습니다. 경치를 보려면 땅 아래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빛과 계곡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앤텔롭 캐넌을 보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였습니다. 앤텔롭 캐넌은 유타와 애리조나 주의 경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타와 애리조나는 시차가 1시간 있었습니다. 시간의 경계에 있는 체험이었습니다. 유타 주에 속한 앤텔롭 캐넌에서는 분명 11시였는데 애리조나 주에 속한 입구는 10시였습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우리가 정한 약속이라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어제 예수님께서는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를 통해서 하느님의 나라를 말씀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희망은 영원한 생명을 향한 이정표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딸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33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날의 일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합니다. 카세트테이프를 바닥에 떨어트린 청년이 카세트테이프를 줍는 과정에서 그만 사고를 내고 말았다고 합니다. 꿈속에서 사랑하는 딸이 환한 빛을 향하여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슬픔은 컸지만 청년의 실수를 용서하였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땅 아래에 있는 계곡이 빛을 만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듯이, 우리는 신앙을 가지면서 이 세상에서 천상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은 무한 경쟁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서 나눔과 희생, 겸손과 인내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의 삶이 우선인 사람에게는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 너무 좁게 느껴질 것입니다. 성공, , 명예, 출세가 우선인 사람에게는 하느님 나라는 먼 훗날 가도 되고, 안가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잠시의 쾌락과 경쟁에서의 승리 때문에 기도와 미사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하느님 나라는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 일 것입니다. 예전에 맹인가수 이용복씨가 부른 노래가 있습니다. 제목은 어린 시절입니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람에게는 결코 좁은 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늘나라는 사법고시 보듯이 공부를 해서 가는 곳은 아닐 것입니다. 월등한 체력과 실력이 있어야 가는 곳은 아닐 것입니다. 엄청난 재력이 있어야 가는 곳도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뛰어나고, 능력이 있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좁게만 보이는 곳이 하늘나라일지 모릅니다. 하늘을 두려워하며 섬기는 사람, 가족을 사랑하고 돌보며,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에게 하늘나라는 결코 좁은 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구원의 문을 열수 있는 열쇠는 희생과 나눔입니다. 십자가와 사랑입니다. 믿음과 희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와 사랑으로 천국 문을 여셨습니다. 믿음과 희망으로 천국 문을 여셨습니다. 희생과 나눔으로 천국 문을 여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길은 편하고 좋은 길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 길은 비록 좁고 험하지만 누구나 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미리 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해 주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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