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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1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30 조회수1,945 추천수10 반대(0)

오늘은 연중 제31 주일이고, 1031일입니다. 31일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위로를 주었던 잊혀진 계절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잊혀진 계절도 좋지만 윤동주 시인의 서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시인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학생 때 에릭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사랑을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사랑에는 3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성적인 사랑입니다. 생명의 목적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생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손을 낳아 번성하는 것입니다. 작은 나비부터, 가장 큰 수염고래,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까지 이 목적은 같습니다. 이 감성적인 사랑에는 윤리와 도덕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본능에 이끌리는 사랑입니다. 두 번째는 이성적인 사랑입니다. 철학, 문학, 예술, 건축, 음악은 이런 이성적인 사랑으로 시작됩니다. 이성적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인류의 문화와 문명은 이성적인 사랑에 의해서 꽃이 피었습니다. 세 번째는 종교적인 사랑입니다. 불교에서는 자비와 보시를 이야기합니다. 교회에서는 희생과 헌신을 이야기합니다.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습니다. 강도당한 사람을 구해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사랑이 있습니다. 모든 종교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입니다. 종교적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집착을 버려야 하고,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사랑에는 4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랑을 받는 단계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합니다. 들숨이 있어야 날숨이 있습니다. 한동안 많이 불렀던 노래가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 때문에 사람이 되셨습니다. 흙 속에 있는 씨앗은 물과 햇빛을 받아야 싹이 나옵니다. 사랑 받는 아이는 면역력도 강해지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도 생깁니다.

두 번째는 사랑하는 단계입니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기가 남을 생각하며 감동할 수 있고, 자신의 애정을 특별한 존재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느낌은 사랑받는 것보다 한결 흐뭇합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그것에 엄청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고난도, 역경도, 굶주림도, 죽음까지도 이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자기를 사랑하는 단계입니다. 자신의 애정을 남에게 투사하고 나면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쏟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단계의 사랑은 받는 사랑과 주는 사랑과 비교할 때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사랑을 주기 위해서든, 받기 위해서든 남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사랑을 주거나 받는 존재에게 실망하거나 배신당할 염려도 없습니다. 네 번째 보편적인 사랑의 단계입니다. 이는 무제한의 사랑입니다. 애정을 받고, 남에게 투사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나면, 사랑을 자기 주위의 사방팔방으로 전파하기 시작하기도 하고 사방팔방에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 보편적인 사랑을 부르는 이름은 생명, 자연, 대지, 우주, , 하느님처럼 문화와 민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같은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서 이웃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다고 합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금 나의 사랑은 어느 차원의 사랑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나의 사랑은 어떤 단계의 사랑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사랑이 부족해도 기다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사랑이 식어 하느님 아버지를 잠시 외면한다고 해도 끝내 우리를 버리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웃은 우리의 사랑이 부족하면 기다리지 못하곤 합니다. 우리의 사랑이 식어 버리면 그들 역시 사랑이 식어버리곤 합니다. 2021년도 이제 2달 남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미워한 이웃을, 나를 미워한 이웃을 용서하고 넓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용기와 힘을 청합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저 십자가로 하느님과 우리를 화해시키셨고, 우리의 이웃과 이웃을 화해시키셨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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