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02 조회수1,785 추천수10 반대(0)

어릴 때입니다. 아버지는 제게 바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9점을 미리 놓는 접바둑을 두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졌습니다. 매번 바둑을 두면서 9점을 놓고는 이길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러면 8점을 놓게 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2, 1점의 접바둑이 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접바둑이 아닌 호선의 바둑을 둘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실력이 늘 때까지 기다려 주셨습니다. 바둑의 용어와 바둑의 길도 알려 주셨습니다. 바둑의 실력이 높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바둑 실력이 늘 때까지 함께 해 주셨고, 알려 주셨습니다. 골프는 실력에 따라서 점수가 많이 차이 납니다. 제가 함께 하는 골프모임에는 서로의 평균 실력인 핸디를 적용합니다. 상대평가가 아닌 자신의 핸디에 따라서 평가합니다. 그렇게 하면 잘 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에 맞추어서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합니다. 골프의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자신의 실력에 맞추어서 게임을 즐기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골프의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1등을 해서 함께한 사람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살 수 있습니다. 1등이 점심을 사면 굳이 자신의 핸디를 높이거나 낮출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율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이 율법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듣지 못해서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듣도록 해 주셨습니다. 중풍에 걸려서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자리를 걷고 일어나게 해 주셨습니다. 나병에 걸려서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깨끗하게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표징은 바로 배려와 격려였습니다. 강도를 당해서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사람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어 주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진정한 이웃이라고 하셨습니다. 율법을 어겨서 죄인이 된 사람을 용서해 주었습니다. 비록 율법을 어겼지만 다시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잔치를 벌여 주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판단과 단죄 그리고 심판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배려와 용서 그리고 나눔이었습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는 말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안식일의 주인이며,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바둑 용어 중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가 큰 것을 내주면서 바둑 자체를 이기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바둑은 작은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판의 바둑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인생이라는 바둑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기쁘게 살아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알려주십니다. 그것은 소유의 삶이 아닙니다. 소유는 가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과 애착을 갖게 합니다. 우리가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존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존재의 삶은 나눔과 비움의 삶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소유의 삶을 보여주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소유의 삶을 보여주시지 않았습니다. 하늘의 태양은 존재함으로 우리에게 빛과 생명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자랑하는 교만은 결코 사랑이 아닙니다. 나의 능력과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가난한 이에게 넉넉히 나누어 주니, 그의 의로움은 길이 이어지고, 그의 뿔은 영광 속에 높이 들리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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