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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별지기 신부의 복음 묵상 2021년 11월 7일
작성자정호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07 조회수785 추천수0 반대(0) 신고


천주교 부산교구 괴정성당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유튜브 듣기 : https://youtu.be/fM4BJ6ure0k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여라.”

 

평신도 주일에 마주하는 복음은 평신도들의 설교를 들어야 하는 사제에게 매우 당황스러운 내용입니다. 우리는 분명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도들로 이어진 교회의 성직자이지만 왠일인지 예수님이 마주하셨던 율법 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

그 옛날의 사람들처럼 차려진 옷을 입고 인사받기를 즐기고, 높은 자리, 윗자리를 차지하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이 내는 정성으로 살면서 성덕을 뽐내는 삶을 산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은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책임을 질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들에 대한 생각보다 우리 신앙에 대한 가치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많은 부자들이 큰돈을 넣었다.”  

사회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 중 사람들의 다수가 말하는 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돈이다’라는 말입니다. 사회복지를 하는 이들조차 ‘복지는 돈이다’라는 말을 하기에 주저하지 않은 세상이니 ‘가난한 이의 우선적 선택’을 말하고, 가난을 신앙의 큰 덕으로 말하는 교회도 이를 피해가기는 어렵습니다. 힘이나 돈이 교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교회에 가난한 이들의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진 것도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잔돈을 내는 과부를 보시는 예수님. 그녀의 헌금은 회당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돈입니다. 그 돈이 그녀의 생활비 모두였지만 세상에서 그 돈은 그리고 그 돈의 주인공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헌금을 두고 예수님은 현실성 없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복지단체에는 누군가 평생, 혹은 오랜동안 모은 때 묻은 돈을 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수고와 정성에 감동을 하지만 세금을 대신해서 내는 많은 후원금 앞에 그 가치가 잊혀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말하는 교회들도 그 규모를 이야기할 때 신자수만큼 그 교회가 지닌 경제적 정도를 입에 올리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헌금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모두 이 과부의 헌금을 예로 들지만 예수님이 이야기하신 이 헌금에는 율법학자들이 등을 친 그 돈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정성어린 것으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정성이 아닌 보이는 것으로 자신들을 과부보다 훨씬 대단한 신앙의 모델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만드는 교회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는 보지 않아도 선합니다.  

예수님은 과부의 헌금을 통해 ‘돈’으로 표현되는 재물을 이야기하지 않으십니다. 모든 재물은 내 삶이 하느님의 것이라는 신앙 안에서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저마다 내어 놓은 것으로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그 의미입니다.  

헌금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서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헌금의 의미이며 이것으로 세상에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재물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입니다.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좀 넉넉하면 그대로 나누며 살면 그만인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삶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과부의 렙톤 두 닢은 그의 주머니와 가족을 벗어나서는 안되는 소중한 가치였습니다. 율법학자들이 걸치는 옷과 그들이 자리한 자리의 몫이 과부의 삶에 나누어졌다면 그녀는 행복한 삶의 주인공으로 초라함을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헌금의 양이 아닌 율법학자들과 비교가 복음의 내용이었던 셈입니다. 율법학자들이 등을 친 이의 모습을 보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오늘은 부끄러움으로 설교의 내용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천주교, 부산교구, 괴정성당, 별지기 신부, 정호 빈첸시오 신부, 오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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