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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14."사람의 아들이 문 밖에 온 줄을 깨달아야."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14 조회수772 추천수2 반대(0) 신고

 

                                                마르 13, 24-32(연중 33 주일)

 

낙엽이 우수수 지는 11월의 늦가을은 그 자체로 우리의 스승입니다. 무화과나무 한 그루도 그 자체로 우리의 스승입니다.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잎이 지고, 열매를 맺는 이 모든 것이 곧 하느님의 현존을 알리는 징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례시기>의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오늘 <말씀전례>종말에 대한 징표를 통해서 그리스도께서 오실 길을 준비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징표는 미래의 세상 종말에 대한 지식을 전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1독서>는 종말에 대한 예고와 더불어, 구약에서 처음으로 죽은 자에 대한 부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곧 재앙의 시기와 더불어 박해받는 자의 구원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말은 재앙의 때이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은 구원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받으리라는 위로가 약속됩니다. 이처럼, 종말사상은 부활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재앙은 단순히 미래를 앗아가는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와 용기가 됩니다.

 

<2독서>는 구약의 사제직을 초월한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사제직에 대한 말씀입니다. 구약의 사제들이 “날마다 서서 같은 제물을 거듭 바치며 직무를 수행한데”(히브 10,11) 반해, 신약의 사제 예수님은 “단 한 번제물을 바치시고 나서, 영구히 하느님의 오른 쪽에 앉으셨음”(히브 10,12)을 말해줍니다. 곧 구약의 사제의 제물이 반복해서 봉헌되어도 결코 그 죄를 사할 수는 없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단 한 번의 희생 제물은 모든 죄가 용서되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말합니다.

                                                    “이미 죄가 용서된 곳에는

                                     더 이상 죄 때문에 바치는 제물이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히브 10,18)


오늘 <복음>에서는 종말에 대한 표상을 이렇게 드러내줍니다.

“해가 어두워지고 발이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린다.”(마르 13,24-25)

 

이러한 종말론적인 표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파괴될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신앙생활이 새롭게 창조될 것이라는 약속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떼이야르 드 샤르뎅이 지적한 대로, 세상의 종말은 집단적 죽음이나 멸망, 결별이 아니라, 하나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인간의 종말은 분열과 죽음이 아니라, 일치된 사고를 통해 시간과 공간 밖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탄생이 될 것입니다. 곧 종말은 대재앙이 아니라, 정신적 역전이 될 것입니다. 사실상, 그것은 물질과 역사의 모든 조건을 초월하는 자유, 곧 하느님 안에서의 희열일 될 것입니다. 정신은 역전하고 다른 영역으로 들어갈 것이며, 세계는 순간적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에서 그리고 있는 종말론적인 표현들을 우주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신학적인 표현으로 알아듣습니다. 사실,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하느님 나라는 시작되었고 십자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종말, 곧 완성의 때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분은 언제가 먼 미래에 오시는 분이 아니라, 이미 오셨습니다. 사실 지금, “주님은 오십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내년이 아니라 올해, 우리의 비참함이 다 지나가고 난 뒤에가 아니라 그 비참함 한가운데로,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으로 주님은 오십니다.”(헨리 나웬).

그리스도의 오심은 우리의 삶 안에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통하여 들어옵니다. 곧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질 때, 그 십자가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완성과 영광은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때에 결정적으로는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무화과나무에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을 알 수 있듯이, 세상의 사건들을 통해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을 깨달아야”(마르 13,29) 할 일입니다. 곧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할 일입니다.

시대의 징표를 깨닫는다는 것은 단순히 비가 올지 안 올지, 날씨가 추울지 더울지를 감지해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를 통해 하느님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그렇게 마련해주신 하느님의 마음을 읽을 때 비로소 시대의 징표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시대의 징표를 깨달을 때, 하느님의 마음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하느님의 마음으로 모든 사건과 만물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마음을 부어주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1코린 2,16).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마르 13,28)

주님!

그날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비참함이 다 지나가고 난 뒤에가 아니라 그 비참함 한가운데로 찾아옵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다른 곳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바로 이곳 입니다.

오늘의 결별에서 새롭게 변형되게 하소서.

오늘의 죽음에서 새롭게 탄생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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