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16 조회수1,908 추천수7 반대(0)

16년 전의 기억입니다. 당시 저는 교구 사목국에서 교육 담담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사목국에는 사제가 10명 있었습니다. 젊고, 열정이 많은 사제들이 모였으니 활기가 넘쳤습니다.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다르기에 때로는 의견의 충돌도 있었지만 그렇게 다름은 우리의 안목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었습니다. 가끔씩 연수를 가면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정을 기획하였습니다. 양평에 있는 한화콘도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다들 양평으로 왔는데 한 신부님이 늦게 왔습니다. 신부님은 용인에 있는 한화콘도로 착각했습니다. 차 안에서 묵주기도를 했고, 음악도 듣고 기쁘게 출발했지만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오지 못했습니다. 양평을 용인으로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이 있습니다. 계약서도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닉스 한인 성당으로 홍보를 다녀왔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신부님과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신부님은 아시아 마트를 내비에서 찍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내비에서 아시아 마트를 찍었고,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신부님은 맞는다고 하면서 내비가 알려주는 데로 갔습니다. 30분을 달려갔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피닉스에 아시아 마트는 2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렌데일에 있고, 다른 하나는 메사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메사에 있는 아시아 마트로 가야했는데 그렌데일에 있는 아시아 마트로 갔습니다. 결국 식당의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사제관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짐을 풀고 편하게 먹으니 더 좋았습니다. 17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라는 말을 모방한 것이라고 합니다. 명품은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명품이어야 하고, 마무리도 명품이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전지, 전능, 전선하신 분입니다. 우리를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90세의 노인 엘아자르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엘아자르는 율법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엘아자르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한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겉으로는 율법을 어겨 이교 제사의 음식을 먹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결한 음식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엘아자르는 율법을 어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 떳떳할 수 있습니다. 이교 제사의 음식을 먹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벌을 받지 않고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엘아자르의 인품과 덕망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그러나 엘아자르는 그러한 제안을 거부하였습니다. 비록 본인은 이교 제사의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엘아자르가 이교 음식을 먹은 것으로 알고 따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교 음식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는 평가와 평판이 문제였습니다. 엘아자르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거룩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주님께서는, 내가 죽음을 면할 수 있었지만, 몸으로는 채찍질을 당하여 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마음으로는 당신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이 고난을 달게 받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아십니다.” 엘아자르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온 민족에게 자기의 죽음을 고결함의 모범과 덕의 귀감으로 남기고 죽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자캐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자캐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사랑받는 길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사랑받는 길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회개입니다. 세리였던 자캐오는 예수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캐오는 나무로 올라가서 예수님을 불렀습니다. 그릇된 길을 돌아서 올바른 길로 향하는 것이 회개입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 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는 단순히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방향을 하느님의 뜻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둘째는 실천입니다. 회개한 자캐오는 예수님께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주님 제 재산의 절반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겠습니다. 제가 빚진 것이 있다면 네 배로 갚아 주겠습니다.” 회개한 사람은 그것이 행동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야고보 사도도 분명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믿음에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믿음이 아닙니다.” 회개에 실천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회개가 아닙니다.

셋째는 순명입니다. 이제는 내 뜻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청했던 마리아의 삶입니다.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청했던 예수님의 삶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순교했던 엘아자르의 삶입니다. 수많은 성인성녀들이 걸어갔던 삶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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