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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72 - 그 때 그 일이 없었더라면 下 (상트페테부르크/러시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20 조회수833 추천수0 반대(0) 신고

 

어쨌든 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마침 같은 건물 출입구에서 나와 우리 곁을 지나가던 남자가 끼어든다.

 

다행히 그는 러시아어와 영어를 아는 인도사람으로 겉모습으로 봐서는

 

20 후반이나 30 초반, 아무리 많아도 절대 30 후반을 넘지 않았을 같다.

 

나는 영어로, 경비분은 러시아어로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설명하자

 

쿨하게 내가 원하면 오늘 하룻밤 자기 집에서 지낼 있단다.

 

순간적으로 다행이라는 생각 보다 다른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을 따라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행동 중에 하나다.

 

따라갔다 괜히 좋은 일을 겪는 것은 아닐까?

 

내일 아침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아닐까?

 

혹시 동성애자는 아닐까?

 

하지만 지금 명의 증인이 있으며

 

(딸까지 하면 명이고 많지는 않지만 오다 가다 우리를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남자의 얼굴까지도 봤고 특히 경비분은 그가 살고 있는 곳도 안다.

 

그래서 그는 이상 따라가서는 되는 낯선 사람은 아니다.

 

혹시 그가 내일 아침 돌변해서 내게 하룻밤의 숙박 비용을 달라고 해도 어쩔 없다,

 

내일 아홉 시까지 노상에서 지낼 수는 없으니 어딘가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하고

 

그러면 당연히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에 적당한 가격이면 그에게 비용을 지불할 용의도 충분히 있다.

 

또한 그가 동성애자라 해도 “많이, 무지, 아주”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는 그도 보는 눈이 있을 테니

 

 머리는 이미 탈모에 깨끗하지 않은 여드름 피부를 가진

 

별로 생기지 않은 오십대 중반인 나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확률 0”에 가깝다.

 

특히나 동성애자가 베푸는 친절에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스스로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는 극복해야 하는 잘못된 편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바른 근거 없는 일방적인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자칫 잘못된 편견이나 혐오로 굳어질 있고 그렇게 굳어진 편견이나 혐오는

 

때론 물리적, 혹은 사회적 문화적 폭력으로 이어 있으며

 

폭력은 가장 먼저 본인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것을 나는 자주 보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현재로선 그를 따라가는 가장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의 집은 아파트 채를 여러 명이 나누어 쓰고 있었는데

 

현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원래 그곳 문화가 그런 건지 아니면

 

집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건지 모두들 방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열어놓은 방문으로 한쪽 방에는 남자 꼬마 아이와 그의 엄마인듯한 중년여성이,

 

한쪽 방에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도 자신의 방으로 나와 함께 들어와서는 문을 닫지 않고 활짝 열어둔다.

 

사실 사람을 신뢰했기에 따라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 이런 분위기가 남아있던 긴장감을 풀어준다

 

말에 의하면 본인과 명의 여자가 함께 쉐어하고 있고

 

원래 주인은 상트에서 두세시간 떨어져 있는 곳에 살고 있지만

 

방학 때가 되면 아이와 함께 이곳에서 얼마간 지낸다는 거다. 아까 꼬마와 엄마가 바로 주인이었다.

 

그는 나에게 주방과 화장실을 안내해주고

 

자신은 원래 출근하는 길이었다며 나보고 편하게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나가 버렸다.

 

그의 방은 혼자서 쓰는 치고는 넓었다,

 

아마도 킹사이즈인지 싶은 침대와 옷장 그리고 책상과 책장이 있는데도 중간에 충분한 공간이 남아 있다.

 

벽에는 명상에 도움이 될만한 인도 풍의 사진과 그림이 붙어있고

 

탁자에는 향을 피우는 도구들이 있는 것이 조금만 인도에 관심이 있다면

 

이방 주인이 인도사람이라는 것을 단방에 알아차릴 있는 그런 분위기 이다

 

이렇게 방을 둘러 보고 있는데 아까 꼬마아이가 열려있는 문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서는

 

천진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한다,

 

단어도 알아 들을 없지만 아마도 자기 이름이 뭔지 아니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는 하다.

 

아무리 자기집이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엄마와 함께 있다고는 하지만

 

처음 낯선 사람에게 다가와 이처럼 쉽게 친근감을 표현 하는 모습을 보니

 

어릴 때부터 지금껏 심하게 낮을 가리는 눈에는 이런 꼬마의 행동이

 

가뜩이나 귀여운데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볼도 한번 꼬집어 주고 싶을 만큼 부럽고 기특해 보인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 중에는 자기 아이를 남들이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도 하고

 

혹은 범죄로까지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마음속으로만 “머리 쓰담 쓰담, 꼬집 꼬집”을 해주었다.

 

 

 

 

 

 

 

 

 

시간후에 그가 돌아왔다,

 

사실 늦은 시간에 출근을 해서 시간 만에 퇴근해서 돌아오는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실례가 되는 같아 묻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본인이 먼저 말해준다.

 

그는 IT 계통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재택 근무 날이 많기도 하지만

 

대신에 일이 생기면 오늘 같이 늦은 시간에도 사무실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어쩌다 한번씩 생기는데

 

그게 오늘이었단다.

 

그는 인도에서 만난 러시아 여자와 결혼해 5년을 넘게 인도에서 살다

 

부인이 향수병을 견디지 못해 함께 이곳으로 왔고 온지 50 만에 헤어졌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스스로 많이 성숙해 졌다며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5년동안 함께했던 사람과 헤어진 것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내가 안쓰러웠던 것은 아는 사람이라고는 오직 아내 하나뿐인 곳에서 50일이면 적응도 안됐을 상황이었을 텐데

 

그와 헤어지고 무슨 이유에서이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땅에 남아서 혼자 견뎌야 했을 그의 외로움과 삶의 팍팍함이 안쓰러웠다.

 

나는 각각 전혀 다른 언어권에서 번의 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새로운 문화와 언어에 적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인지를 알고 있다

 

낯선 그리고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아주 쉬운 일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없는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병원 이용은 둘째 치고 약국에서 간단한 두통약을 사는 ,

 

메뉴판에 사진이 없는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는 , 대중교통 이용하는 등등.

 

물론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 해도 해낼 수는 있다,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니까.

 

대신 정신적, 시간적, 금전적 대가를 치러야 하고 때론 그것이 스스로 감당하기 벅찬 경우도 있다.

 

어쩌면 그도 이런 것을 너무나 알기에

 

말도 통하지 않는 낮선 곳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는 “나”라는 외국인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닐까?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이 깊었고 잠을 자려고 누우니 몸은 피곤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나 같은 오늘 하루”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이 많아지리라.

 

하필이면 항공사 상트행 항공편을 예약하고, 하필이면 바로 숙소를 예약하고,

 

어쩌다 보니 상트에 늦게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고, 마침 그때 그는 우리를 발견하고……

 

이렇게 모든 일들이 그물처럼 정교하게 엮어서 오늘 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고

 

누군가로부터 기대하지도 못한 도움을 받았다

 

솔직히 오늘 그가 베푼 친절과 도움이 나에게 아주 절실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숙소를 찾아내는 번거로운 수고를 해야 하지만

 

어느 곳에서든지 하룻밤을 보낸 원래 예약한 숙소로 가면 된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 상트에 하나 하룻밤 지낼 숙소가 없는 것도 아닐 테고

 

나에게 하룻밤 숙박비가 없는 것도 아니다

 

“배째라”식의 숙소 주인의 태도가 괘심 하고 화도 나지만

 

나는 단순한 사람인데다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는 편이 아니라(솔직히 가끔 끝이 있을 때도 있다)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이렇게 그를 만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겠지만

 

그로부터 받은 도움은 분명히 가치 있는 것이었다

 

급하게 새로운 숙소를 찾아내야 하는 번거로운 수고를 덜었고, 다른 사람들이 없는 특별한 경험을 했고,

 

그로 인해 나의 여행이 더욱 풍부해졌으며 특히나 중요한 것은 너무 틀에 박힌 소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은 거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그를 다시 만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그에게 감사의 보답을 기회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여행이 끝나고 그에게 감사의 -메일을 보낸 것이 보답의 전부였다.

 

대신에 언제고 곤란에 처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나도 그처럼 친절을 베풀고,

 

나에게 도움을 받은 그도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도움을 베풀고, 그가 다시 도움을 베풀고……

 

이렇게 선순환(善循環)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에게 나의 보답이 전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은 좀더 살만해 질것이다.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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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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