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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헌신과 희생 없는 종교처럼 위험한 것이 다시 또 없습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20 조회수629 추천수4 반대(0) 신고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에는 아직도 이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웃기는 짬뽕 같은 제도가 남아있는데, 이른바 천황(天皇)을 계승하는 제도입니다. 황제도 아니고 천황입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한 인간에게 그런 엄청난 굴레랄까 올가미를 씌우니 본인 입장에서 얼마나 부담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코 공주가 얼마나 어색하고 답답하고 어색했으면 특단의 결정을 했을까 싶습니다. 그녀는 황실과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로 인해 제대로 된 결혼식이나 황실 특유의 대대적인 행사도 취소했습니다. 엄청난 액수의 지참금도 포기하고 쫒겨나듯 황궁을 빠져 나와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황제는 누구며, 하느님은 또 어떤 분이십니까? 세상의 왕, 세상의 통치자들, 아무리 난다 긴다 할지라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입니다. 부족하기 이를 데 없으며, 큰 실수를 밥 먹듯이 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결점과 한계를 지니고 살아가며 언젠가 그 자리에서 물러서야 합니다.

  

잘못 통치를 했을 경우 국민으로부터 혹독한 심판도 받습니다. 권좌에서 물러서고 나서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 모습이 너무나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결국 우리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한 나약한 인간이 황제며, 대통령이며 수상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일국의 황제나 통치자와는 근본적으로 비교가 안 될 분이십니다. 삼라만상을 지배하시는 분, 우주만물을 통솔하시는 분, 잠시 통치하는 분이 아니라 세세대대로 영원히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당연히 하느님께 우선권을 드려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황제와 하느님은 애초부터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토록 크고 존귀하신 하느님께서 취하신 태도는 우리를 놀랍게 합니다.

  

삼라만상을 다스리시는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이셨지만, 극도로 자신을 낮추셔서, 제자들의 종이 되신 분이 되셨습니다. 군림과 압제의 왕이 아니라 섬김과 봉사의 왕으로 끝까지 남으셨습니다.

 

오늘의 왕들, 오늘의 지도자들, 오늘 우리의 목자들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일정 기간 머물며 봉사하다 떠난 후, 본당이나 공동체 구성원들은 우리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목자들의 떠남이 너무나 아쉬워서 눈물을 흘리고 발을 동동 구를 정도입니까? 혹시라도 반대로 우리의 떠남이 너무 기뻐 박수를 치고 용약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의 영성은 ‘물 좋은 한 자리’를 추구하는 출세주의자들의 정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개인적인 야심이나 이기심은 그리스도교 정신과는 어긋납니다. 교회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성취나 야욕을 추구하려는 사람은 백이면 백 그리스도교를 망신시킬 것입니다.

 

종교는 절대로 개인의 야심을 실현시켜주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자신의 계획과 개인적인 이익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자발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맞추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헌신과 희생 없는 종교처럼 위험한 것이 다시 또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야망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과 동일시되려는 야망이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욕심이 있다면 그것은 이웃을 섬기려는 욕심이어야 합니다.

  

“참다운 권력은 섬김임을 잊지 맙시다. 우리 교회는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것 없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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