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22 조회수1,787 추천수10 반대(0)

성령대회를 다녀온 날입니다. 여느 때처럼 산보를 나섰습니다. 집에 거의 돌아올 무렵입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서 자연스럽게 길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회전 하는 차가 저를 미처 보지 못하고 다가왔습니다. 차를 보고 있으면서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병원에 가서 사진도 찍어보았습니다. 약간의 타박상만 있었습니다. 물리치료를 받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서 혈압을 재 보았고,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동안 복용하지 않았던 혈압 약을 복용하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성령대회를 다녀왔기에 천만다행으로 이 정도 사고로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께서 사고의 순간에 저를 위해서 전구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성령대회 때 한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매님에게는 거동이 불편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가정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한숨과 원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자매님은 기도 중에 반은 썩어 있는 사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생각하니 그 사과는 썩어가는 자신의 영혼이었다고 합니다. 그 즈음 교우들이 주었던 여호수아서의 말씀이 다가왔다고 합니다. “내가 너에게 분명히 명령한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여호수아 1, 9)” 그리고 20년 전 세례 받았을 때 한 자매님으로부터 받았던 편지도 생각났다고 합니다.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너는 세례를 받으면서 나의 자녀가 되었다. 그러니 모든 근심과 걱정을 모두 나에게 맡겨다오. 앞으로도 있을 고통과 근심도 모두 나에게 맡겨다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돌아보니 그 아들은 한숨과 원망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 의탁하고, 하느님을 따르는 은총이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아들이 있어서 가족이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있어서 낯선 곳에서의 생활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매일 묵주기도를 봉헌하면서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청하는 자매님께 하느님의 사랑이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청하였습니다.

 

확실한 암호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암호를 알게 된 사연을 이야기 한 책입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께서 자신들이 하느님을 만난 이야기를 꾸밈없이 이야기 합니다. 그럼에도 감동이 있는 글들입니다.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저마다 하느님께서 숨겨 놓으신 암호를 이웃 안에서, 내면의 부르심 안에서, 때로는 시련과 고통 중에서,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찾아내었습니다. 암호를 발견하기 전의 삶은 무의미하고 허망하였지만, 암호를 발견 한 후의 삶은 희망과 기쁨이 계속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확실한 암호를 알고 계시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차를 운전하기 전에 성호를 긋고, 기도한다면 그분은 암호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손에 스마트 폰 대신, 묵주를 들고 버스틀 타는 분도 암호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받기 보다는 먼저 사랑하려고 하고, 이해받으려 하기 보다는 먼저 이해하려는 분도 암호를 알고 있는 분입니다. ‘그럴 수가 있나라고 불평하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암호를 알고 있는 분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에서도, 하늘을 날아가는 구름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또한 암호를 알고 있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암호를 참 많은 곳에, 그리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남겨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 바다 깊은 곳에만 당신의 암호를 숨겨놓으신 것이 아닙니다. 우주의 은하에만 당신의 암호를 숨겨 놓으신 것이 아닙니다. 철학의 논리 속에, 수학의 규칙 속에, 과학의 심오함 속에만 숨겨 놓으신 것이 아닙니다. 어린아이의 웃음에도, 작은 들꽃에도,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에도 하느님의 암호는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암호를 우리들만 간직하라고 하시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그 암호를 나누어 주어도 좋아하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언젠가 우리가 만나야 될, 마지막 순간들에 대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그 끝에서 하느님과 대면할 날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암호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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