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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직립(直立)입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05 조회수935 추천수4 반대(0) 신고

 

딱 1년 전 작년 겨울의 일이었습니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폭설이 내렸습니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마을 입구 진입로의 경사가 걱정되었습니다. 대충 아침 식사를 끝내고 내려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쌓인 눈이 얼어붙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다들 연로한 어르신들이라 그나마 마을에서 제일 젊은 청년격인 제가 나섰습니다. 바닥에 딱 달라 붙어버린 눈을 일일이 삽으로 긁어냈습니다. 그래도 부족해 도롯가에 비치되어 있던 염화칼슘 푸대 자루를 가지고 와서 경사로에 뿌렸습니다.

 

자루가 꽤 무거웠는데, 그래서 한 번에 하나씩 들고 와야 했었는데, 급한 성격에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오던 어느 순간, 허리 쪽에서 뚝하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저는 순식간에 허리에 큰 문제가 온 것을 직감했습니다. 거의 기다시피 해서 제 침대에 누웠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꼼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허리에 문제가 생기니 삶 자체가 고역이었습니다. 만사가 귀찮았습니다ㅣ. 사흘 밤낮을 꼼짝달싹도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있었습니다. 걷는 것을 물론 양말 한 짝 신는 것, 계단 오르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크게 깨달았습니다. 비장애인 입장에서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장애인들 입장에서 보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높은 장벽들이 많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뒤로는 어디를 가나 장애인 입장에서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소홀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중풍 병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병세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그 환우는 걷기는커녕 자기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평상에 누인 채’ 예수님 앞으로 이동되어왔습니다.

 

연민의 예수님, 측은지심의 예수님, 해방자이신 예수님, 우리 모두의 자유와 구원만을 바라시는 예수님께서 고통 중에 있는 중풍 병자를 그냥 돌려보내실 수 없었습니다. 그 가련한 중풍 병자를 향해 이렇게 외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루카 복음 5장 24절)

  

인류학상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직립(直立)입니다. 자신의 두 발로 바로 서는 것입니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일어섬으로 자신의 생명을 발현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참된 생명은 바로 일어섬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중풍 병자는 오랜 세월 그냥 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는 살아있었지만 사실 죽어있었습니다. 목숨은 붙어있었지만 사실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중풍 병자가 오늘 예수님의 자비로 인해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그는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온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한 가지 있군요.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살아있지만 진정으로 살아있지 못한 사람, 숨은 붙어있지만, 영혼이 다 빠져나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는 사람, 스스로 일어서지 못해 늘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복음에 등장하는 남자들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꼼짝달싹 못하는 그들에게 다가서야겠습니다. 우리의 힘과 에너지를 보태 그들을 주님께로 인도해야겠습니다. 주님 손에 그들을 맡겨드리며 치유를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이웃들의 일어섬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삶의 본질은 일어섬입니다. 사실 참된 신앙이란 것은 죄와 죽음의 세력을 떨치고 일어서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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