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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2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08 조회수1,826 추천수13 반대(0)

낙엽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려오는 것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가 생각났습니다. 꽃과 낙엽이라는 시입니다. “꽃이 말했다. 사랑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고 낙엽이 말했다. 사랑의 끝은 먼 이별이라고./ 꽃이 말했다. 사랑한다면 꺾어서 소유하라고 낙엽이 말했다. 꽃잎이 마르면 낙엽보다 진한 그리움만 남는다고./ 꽃이 말했다. 사랑은 영원한 꽃을 피울 것이라고 낙엽이 말했다. 사랑이 뜨거운 것은 이별이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꽃이 말했다. 나를 잊지 마세요. 낙엽이 말했다. 이제 나를 즈려밟고 가세요.” 화려한 꽃으로 사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낙엽이 되어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실패한 많은 사람은 떨어지지 않는 꽃처럼 살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많은 사람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지난 10년간 서울대교구를 이끌었던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의 이임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교구장 재직 중에 보람 있었던 일 3가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하나는 교황님의 방한을 준비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당시에 교구청에 있었습니다. 교황 방한 준비는 제게도 기쁨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 조성이었다고 합니다. 순교자들의 헌신적인 사랑,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삶이 우리나라에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장례를 치룰 수 있었던 것 이라고 합니다. 장례를 준비하면서 추기경님의 빈 자리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부족함 때문에 상처 받은 분들이 있다면 용서를 청한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자 노력했고, 부족했지만 열심히 살았던 사제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낙엽처럼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떠나는 뒷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한문으로 宗敎라는 말은 으뜸가는 가르침을 뜻합니다. 영어로 'Religion'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사람과의 관계가 엉켜있다면 다시 풀어서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엉켜있다면 이 또한 풀어서 평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입니다. 으뜸가는 가르침의 핵심은 비움입니다. 내가 집착에서 벗어날 때, 참된 평화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엉킨 실타래는 무엇으로 풀 수 있을까요? 이 또한 비움입니다. 내려놓음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인간의 비움은 회개회심으로 나타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하늘나라는 상대평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성적을 정하고, 순위를 정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절대평가입니다. 얼마나 하느님을 향한 열정이 있느냐를 생각합니다. 얼마나 양심을 따라서 살았느냐를 생각합니다. 얼마나 이웃을 위해서 헌신하였느냐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하느님 나라는 정원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들어가는 곳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순위를 정해서 시험을 치르듯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경쟁과 업적으로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협력과 나눔을 실천한다면, 사랑과 봉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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