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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73 - 보수와 진보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10 조회수1,170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람마다 각자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갖고 있듯이 도시들도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여행지를 결정할 때 크건 작건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암스테르담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보다 앞서 네덜란드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네덜란드는 마약과 매춘이 합법화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락사와 동성 결혼등등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

 

특히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용납(?) 할 수 없고 만약 용납 되면 

 

당장 도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법 천지가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이미 합법화 되어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범죄 율이 높지도 않고 삶의 질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 나라이다.

 

이런 것을 개방적, 진보적이라고 표현 하면 분명히 불편해 하거나 반대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암스테르담이 이런 나라의 수도이다 보니 나에게 개방, 진보, 자유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이고

 

 운하로 이어진 풍경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또 내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호의 미술관까지 있어서

 

나에게는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유럽 도시중의 하나였다.

 

여행은 어느 곳을 가나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항상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가게 되는데

 

암스테르담은 이런 이유로 그 어느 곳, 어느 도시보다 큰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갔다.

 

나의 암스테르담에 대한 첫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쁘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해외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 항공편도 많고 

 

다른곳으로 이동하기도 용이한 수도(혹은 대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도를 방문할 때 비행기로 도착을 했지 육로陸路로 도착을 한 적은 거의 없다,

 

이렇게 항공편을 이용해서 도착을 하게 되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위치한 공항이 없다 보니

 

공항에서 버스를 타던 기차를 타던 변두리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도시의 크기나 그 번잡함에 대해 짧게라도 적응할 시간을 가지고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암스테르담은 기차를 타고 도착을 했고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중앙역을 나와 바로 암스테르담의 중심을 마주 대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 바쁨이 일반적인 도시에서 느끼는 바쁨과는 좀 달랐다,

 

중앙역이 구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역을 나와 처음으로 보이는 풍경이 높은 빌딩들이 아니라

 

조금은 낡은 듯한 세월이 느껴지는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고

 

또 운하와 운하에 떠있는 보트들이 어울리면서 나름 정감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과 역앞 거리 풍경.

 

 

 

역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트램을 타러 다시 역 앞 광장으로 갔다,

 

내가 이곳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중의 하나인 반 고호 미술관으로 가는 트램을 타기 위해서 이다.

 

가이드 북에 미술관으로 가는 트램의 번호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쪽 방향에서 타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역앞 길가에 있는 인포메이션 박스로 가서 물어보았다.

 

안에 앉아 있던 여자분이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주고는 혹시 미술관을 가려고 하느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그렇다고 하니 지금은 공사 중이라 문을 닫았어요, 정말 안됐네요라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술관을 확장하는 큰 공사라 문을 닫은 지가 꽤 되었는데

 

여행 준비를 위해 이것 저것 나름 많은 조사를 했었으면서도 그것을 몰랐었다.

 

시험공부도 그렇고 뭔가를 준비 할 때도 그렇고

 

왜 꼭 알아야 하거나 꼭 필요한 것은 것은 놓지거나 빼먹게 되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에 나도 모르게 크게 한숨이 나오고 잠시 말을 잃었다.

 

이 도시에 온 가장 중요한 목적중의 하나고 가장 기대했던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때 잠깐 시간을 두고 여자분이 살짝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작품들을 다른 미술관으로 옮겨서 전시하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런 샌스쟁이! 관광객이 넘쳐나는 암스테르담에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중앙역 앞에 있는 안내데스크이니

 

좁은 박스안에 앉아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겠는가?

 

그저 트램의 방향만 가르쳐 주던지 작품이 옮겨진 다른 미술관을 사무적으로 알려줄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나에게 깜짝 반전을 선물해준것이다,

 

그 여자분의 사소하지만 깊은 배려와 친절함이 고맙고도 놀랍다.

 

빈센트 반 고호 미술관은 나에게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세계적으로 빈센트 콜렉션으로 꽤 유명한 몇몇 미술관이 있기는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빈센트 반 고호 미술관'은 나에게 고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며

 

지금은 세상에 없는 고호의 '종가집' 같은 특별한 느낌을 준다.

 

빈센트가 네덜란드 사람이기도 하고 미술관 이름도 반 고호 미술관이지 않나!

 

이렇게 그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빈센트의 작품에 관련해서 

 

양으로나 질로나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종가집이 어디 있겠냐 만은 내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반 고호 미술관

 

 

 

암스테르담은 운하의 도시'라고 불리 울 만큼 구도심의 거의 모든 지역이 운하로 연결되어 있고

 

혹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라 해도 가까운 운하에서 충분히 걸어 갈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에 시티투어 버스가 있듯이 이곳에는 시티투어 보트가 있다,

 

시티버스들은 보통 2층으로 되어있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전방이 좋은 2층에 자리를 잡다 보니

 

걸어 다니면서 보는 도시의 풍경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서 풍경을 보게 되고

 

사실 그렇게 큰 높이의 차이가 아님에도 다른 느낌의 도시의 풍경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에서 시티투어 보트를 타면 평지보다 낮은 높이에서 풍경을 올려다 보게 되는 것이

 

운하의 높이라는 것이 평지보다 높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또한 다른 도시에서는 잘 할 수 없는 경험이고

 

특히나 버스가 아닌 보트를 타고 물위를 다니면서 도시의 풍경을 보는 것이 나름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암스테르담에 가게 되면 꼭 시티투어 보트를 타 보시길.

 

 

시티투어 보트





운하 풍경 

 

 

어둠이 내리고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를 찾았다,

 

딱 봐도 현지인들 보다는 관광객들이 많은 듯하고 심지어 깃발을 든 단체 관광객들까지 있는 것이

 

워낙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많을 줄은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한참 더 많다

 

커다란 쇼윈도 안으로 여러 종류의 복장을 한 여자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고

 

성인 쇼를 하는 소극장들과 레스토랑, 카페 그리고 기념품 가게까지

 

멀리서 언뜻 보면 화려하게 불 켜진 일반 번화가와 다를 바 없고

 

아마도 해가 진 이후에는 암스테르담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을 것 같다.

 

이렇게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혹시라도 성매매를 하기 위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거나 다시 나오게 되면

 

수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이 보일 텐데

 

내 기준에는 쇼윈도우에 얼굴을 들어내놓고 있는 여자들도 대단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저 문을 드나들 수 있는 남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지 실제는 불법도 아닌데 뭐’ 

 

혹은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인데 뭐라며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한 시간 정도를 그곳에서 보낸듯한데

 

그 동안 수십 개나 되는 그 많은 업소(?)중에 어느 곳에서도 드나드는 손님(?)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

 

물론 내가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한 것이 아니라서 혹시 놓친 것일 지도 모르지만 어째거나 나는 그랬다.

 

이렇게 많은 업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와 수입이 있다는 것이니

 

아마도 밤이 더 깊어지고 상점들이 문을 닫은 후 사람들의 발길이 뜸 해 졌을 때 

 

비로서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찾아 오는게 아닌가 싶다.

 

만약 밤새도록 이렇게까지 손님이 없다면야 어떻게 이 많은 업소의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지금까지 이곳이 존재 할 수 있었겠는가?

 

아무리 성이 개방되었다고는 해도, 아무리 성매매가 합법이라고 해도

 

여전히 성을 사는 것은 그렇게 당당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성을 파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성을 사는 사람은 있을 수 없으니까.

 

이것은 성매매를 찬성한다 반대한다,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 등 의견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한 밤중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홍등가'


 

 

나는 근교 여행까지 포함해서 암스테르담에서 45일을 보냈다

 

내가 암스테르담하면 떠올렸던 개방, 진보, 자유라는 것은

 

시간을 두고 몸으로 체험하며 느끼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기에

 

단 몇 일 동안 나는 그것들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홍등가와

 

일반 상점과 다른 것 없이 밖에서도 안이 환하게 들여다 보이는 성인 용품점을 보면서

 

성적으로 확실히 개방 되었다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약과 매춘이 합법화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락사와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의 수도이기에

 

뭔가 특별할 것 같지만 5일을 보내면서 내가 느낀 것은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마약이 합법화되고 매춘이 합법화 되면

 

도덕이 무너지고 질서가 문란해 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여행을 하면서 다녀본 세계 어느 도시 보다 질서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통계적으로도 세계 안전한 도시 순위 10위권안에 든다.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인지를 구분하고 설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고 

 

어느 것이 더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결국 최종의 목적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더 좋은 세상의 기준이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인간 모두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행복의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전통을 지켜도, 아무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것이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보나 보수나 모두 사람 살만한 세상이 목적이라면

 

진보와 보수로 나누기에 앞서 선과 악으로 나눠야 하고 

 

모두들 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10, 20, 30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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