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2월 17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16 조회수1,516 추천수11 반대(0)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 생각합니다. 정규직은 내년에도 일 할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됩니다. 회사의 성과급에도 해당이 되고, 명절이면 선물도 지급됩니다. 비정규직, 계약직은 내년에도 일 할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다시 계약을 하지 않으면 능력이 있어도 그만 두어야 합니다. 성과급에서도 제외되고, 명절의 선물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지난 30년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내년에는 미사를 못 드릴까 걱정한 적은 없었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교회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 뉴욕에서 가톨릭평화신문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서울대교구라는 교회조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성탄입니다. 세상의 모든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내년에도 걱정 없이 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의 태양이 모든 곳을 골고루 비추듯이 주님 성탄의 기쁨도 모두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물건을 팔아 오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시장에서 양말과 팬티를 싸게 사서 팔기로 합니다. 잘 아는 선배에게 물건을 팔려하지만 선배는 거절합니다. 술을 사 줄 수도 있고, 시간을 내 줄 수도 있지만 양말과 팬티는 사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필요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일했던 기원에 가서 양말과 팬티를 팔려고 합니다. 그러자 기원의 원장님이 거절합니다. 가족 같기 때문에 양말과 팬티를 사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회사에서 바라는 바가 아닐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믿었던 선배에게도 거절당했고, 가족 같았던 기원에서도 거절당한 주인공은 사우나 앞에서 자리를 깔았습니다. 사우나에 오는 사람들은 양말과 팬티를 필요로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우나에 오는 손님들은 젊은 사원이 소리 내며 양말과 팬티를 파는 것을 보고 격려도 하고, 사주었습니다. 양말과 팬티는 지하철에서는 팔리지 않았습니다. 거리에서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양말과 팬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우나 앞에서는 팔렸습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는 여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오신 곳은 화려한 궁궐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금수저로 오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오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거처할 방이 없어서 말구유로 오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목동들이 양을 돌보는 베들레헴의 들판으로 오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이스라엘의 대사제가 아닌, 멀리 동방에서 온 박사들의 경배를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의 배경에는 권력, 명예, 성공, 능력, 업적이라는 병풍은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곁에는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했던 처녀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남모르게 파혼하려 했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따랐던 목수 요셉이 있었습니다. 밤을 새워 양들을 돌보던 목동들이 있었습니다. 고단한 여행을 마쳤던 동방의 박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곁에는 흙수저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예수님의 곁에 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들입니다. 죄인으로 취급받던 세리와 창녀들입니다. 죄를 지어서 돌에 맞을 뻔 했던 여인입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는 이유입니다.

 

루가 복음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사명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습니다. 마디가 없는 대나무는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삶의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상처일수도 있지만,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삶의 마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곧 성탄이 다가옵니다. 성탄은 그저, 즐겁고 기쁜 것만은 아닙니다. 성탄은 이제 하느님의 뜻대로 살도록 다짐하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용기 있는 사람들을 자주 찾아온다고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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