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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27 조회수2,283 추천수11 반대(0)

주일이면 부르클린 한인성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성당 근처에는 오랜 된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일찍 도착하게 되면 묘지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200년 전에 조성된 묘지입니다. 묘지를 둘러보면서 라틴어 격언이 생각났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내게, 내일은 네게!)" 웅장하게 잘 차려진 묘비도 있었습니다. 낡아 알아 볼 수 없는 묘비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누군가 다녀갔던 흔적이 있는 묘비도 있었습니다. 잡초만 우거진 묘비도 있었습니다. 90세가 넘게 장수한 묘비도 있었습니다. 40대에 세상을 떠난 묘비도 있었습니다. 장난감이 있는 묘비를 보니 아직 어린 죽음도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겠지만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것도 새삼 느낍니다. 묘비의 모습이 다양하듯이, 다양한 삶이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어야 할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삶의 최종 목적지는 이 세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천상의 삶을 준비해야 합니다.

 

교회는 순교자들의 죽음을 기록하였고, 그분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의 무덤 위에는 교회를 세웠고, 성지를 조성하였습니다. 교회가 순교자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공경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셨지만 부활하셨음을 우리는 신앙의 신비로 믿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치면서 신앙의 신비를 증언하였습니다. 예수님 홀로 외롭게 죽은 것이 아니라, 순교자들 또한 천상의 별이 되어 예수님과 함께 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편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때도 있습니다. 설탕이 달다고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몸에 해로운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에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꾸준히 하면 삶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기도와 묵상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꾸준히 하면 삶의 나침판이 되어 줍니다. 예전에 전체와 부분에 대한 집합을 배웠습니다. 작은 것에 얽매이면 큰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아무리 큰일을 하여도 작은 것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성서를 보면 세부적인 내용에는 때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는 결국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향해 나가는 배와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여정의 기록이 성서입니다. 제 몸에도 삶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연탄재에 맞아서 난 상처도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덴 흔적도 있습니다. 다리의 골절로 수술을 받은 자국도 있습니다. 얼굴을 보면 이제 조금씩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 있습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있음에도 매일 아침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우리 인간들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죽는지, 고통과 시련은 왜 다가오는지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이것이 다른 생명체와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깊은 묵상 중에 신앙의 원리와 기초를 찾았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것이 이냐시오 성인이 보았던 원리와 기초입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이것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삶 속에서 드러낼 수 있다면 우리는 순간을 살아도 영원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고 산다면 억만년을 살아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국립현충원에는 이름 없는 무명용사들을 위한 탑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조국을 지키는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름 없는 아기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찬미하나이다. 주 하느님. 주님이신 하느님을 찬양하나이다. 눈부신 순교자들의 무리가 주님을 기리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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