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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30일 목요일 [성탄 축제 제6일] 사제의 묵상 (서철 바오로 신부)
작성자김종업로마노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30 조회수781 추천수2 반대(0) 신고

 

 

 

 

2021년 12월 30일 목요일 [성탄 축제 제6사제의 묵상

 

이탈리아로 유학 간 첫 학기에 유독 어려운 과목이 있었습니다.

기업 윤리라는 과목이었는데,

언어도 문제였지만 토론 수업이라 도무지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번번이 한마디 말도 못하고그저 멋쩍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가 끝날 때쯤 되자 교수님도 답답하셨는지 이렇게 놀리셨습니다.

자네는 성탄 방학이 되면 시칠리아섬의 작은 본당으로 봉사하러 갈 것이네.

가서 고해성사도 주고성탄 밤 미사 강론을 할 텐데,

신자들 앞에서 떠듬거리며 오늘 밤은 성탄입니다.’ 하고

한마디만 하면 신자들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날 것일세.”

아니 내 나이가 몇인데,

신부인 나를 다른 학생들 앞에서 놀리다니.’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거리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영성 지도를 받는 날이었는데,

지도 신부님을 만나자마자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신부님은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바오로이 일로 배운 게 있어?”

저는 가르치는 사람이 되면 절대로 학생을 놀리지 않겠습니다.”

그래또 배울 게 있어?”

생각을 좀 하다가

제가 이탈리아 말을 잘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언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그래?”

이젠 없습니다.”

그럼잊어버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또 흥분하여

아니 어떻게 잊습니까제가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게 말이 됩니까?” 하며 씩씩거렸습니다.

 

제 얼굴을 쳐다보던 신부님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바오로너 지금 기도할 수 있어?”

아니지금 기도가 중요합니까그 교수가 저를 놀렸다니까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바오로하느님이 중요해그 교수가 중요해?

지금 네 마음을 온통 그 교수의 말에 빼앗겼잖아!

하느님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너의 마음을 그 말에 빼앗겨 하느님은 안 계시잖아!

바오로단 1초라도 네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하느님 아닌 다른 것에세상 것에 빼앗기지 마!”

이 말을 듣는 순간 홍두깨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날마다 기도와 단식에 전념하고 성전에 나가 하느님을 섬긴 한나처럼,

단 1초라도 하느님이 아닌 세상 것에 우리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철 바오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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