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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출처: 경향잡지, 질투와 시기(김인호 루카 신부님)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30 조회수1,256 추천수3 반대(0) 신고

 

 질투(시기)란 무엇인가?

 

악마가 리비아 사막을 지나다가 소수의 사람이 한 순례자를 몹시 괴롭히고 있는 곳에 오게 되었다그 순례자는 그들의 악한 제안을 쉽게 떨쳐 버렸다악마는 그들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좋은 수를 알려 주려고 앞으로 나왔다. “너무나 유치하게 행동하고 있잖아내가 해 보겠네.” 악마는 그 순례자에게 가서 속삭였다네 형제가 방금 알렉산드리아의 주교가 되었다.” 그 순간 순례자의 고요했던 얼굴은 악의에 찬 질투로 험악해졌다악마는 지켜보던 자들에게 말했다. “이게 바로 자네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방법이지.” - 고든 맥도널드의 영적인 열정을 회복하라」 중에서

 

질투의 자화상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순간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다른 사람의 성공 소식에 잠시 말문이 막혔던 순간이나 타인의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해 주지 못했던 순간남의 좋은 일에 마지못해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내가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마음이 불편했던 순간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가 실패하기를 바랐던 순간질투하는 마음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은밀히 포장하거나 질투하는 내 자신이 형편없이 느껴져 부끄러웠던 순간 말이다.

 

일본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질투의 향기에서 인간을 질투하는 동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아이나 어른이나남자나 여자 할 것 없이 어떤 성인군자도 시기나 질투를 한다고 밝혔다하지만 이것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동물도 질투(시기)한다.

 

2014년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는 반려견들을 대상으로 무엇에 질투(시기)하고 그 반응이 어떠한지를 연구했다흥미롭게도 반려견들에게서 인간의 질투(시기)와 거의 같은 모습이 관찰되었다.

 질투(시기)의 대상을 발로 밀어내고주인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하거나 신발을 물어뜯는 등 분노의 모습을 보이며 질투(시기)의 대상과 주인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고급기야 우울증까지도 걸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질투(시기)하며 살아왔다부모님께 좀 더 사랑받는 형제에게공부를 잘하고 선생님들께 칭찬받는 친구에게좋은 직장에 취직한 아들을 둔 엄마들에게좋은 차에 명품 옷을 누리는 친구나 나보다 능력 있는 동료에게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질투(시기)에서 자유로운가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면서 부정적인 자신의 언행을 멈추도록 특별한 은총을 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발견되는 그 모습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심지어 질투(시기)의 대상이 사제와 수도자나 열심인 교우들에게로 향하고방법 또한 더 교묘해짐을 느끼면서 큰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동시에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질투(시기)를 받기도 한다첫 번째로 받는 질투(시기)는 동료 신자들에게서 온다이를테면 본당 공동체에서 봉사에 열심인 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지적하거나 미워하기도 한다이러한 지적과 미움은 대부분 질투(시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사제인 나 또한 질투(시기)를 하기도받기도 한다또 나로 말미암아 서로 질투(시기)하는 모습도 본다그럴 때면 사제로 말미암아 질투(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사제뿐만 아니라 수도자와 공동체의 봉사자도 자신들의 질투(시기)를 잘 다스려야 하며자신도 다른 이들로부터 질투(시기)받는 사람임을 알아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질투(시기)는 한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기도 한다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질투(시기)로 말미암은 공동체의 분열을 특별히 강조하셨다이를 악마의 무기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독으로 공동체를 오염시켜 분열을 일으킨다고 말씀하셨다.

 

 

용어의 문제

 

칠죄종에서 언급되는 ‘Invidia’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시기하여 미워하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의 선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적의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선을 마치 자기의 악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그래서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최고의 계명인 사랑에 위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Invidia’를 시기’ 또는 질투로 번역하면서 함께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둘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쉽게 말해시기는 타인이 가진 것을 미워하는 것이고질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하는 것이다그래서 시기(envy)는 그 장점을 찾기 어렵지만 질투(jealousy)는 잘만 조절하면 좋은 동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이를테면 질투는 성장하는 데 좋은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학생을 질투하여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도 있고일 잘하는 직장 동료 때문에 업무에 더욱 매진하며온유한 사람의 모습을 질투하여 자신도 온유함을 지니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실제로 라이벌 관계에서 질투로 자신을 더 성장시킨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질투 또한 부정적이거나 위험한 태도와 만나게 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미국 범죄의 20%가 질투 때문에 일어나고이혼한 부부의 30%는 질투가 원인이라고 한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부유층이나 권력을 지닌 이들에 대한 질투가 증오의 감정으로 이어져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이따금씩 소개된다.

 

 

* 김인호 루카 대전교구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저서로는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가 있으며옮긴 책으로는 성찰너무 빨리 용서하지 마라」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8년 8월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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