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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최종회) - 아름다운 도시 下 (프라하/체코)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1-12-30 조회수841 추천수0 반대(0) 신고

 

천천히 걸어서 도시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카를교(Charles Bridge)로 갔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 다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관광객들이 있고

 

그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거나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다리의 모습 때문이지 아니면 일상을 떠나있어 마음이 여유로워서인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풍경이 번잡스럽다기보다는 한데 어우러져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카를교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데에는 아치형의 다리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편으로 늘어서 있는 조각상들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원형들은 모두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모형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현대 기술이 발전을 했는지 그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서 오래된 다리와 전혀 이질감이 없는 것이

 

모형이라는 것을 나중에서 알았을 정도이다.

 

 

 

  

 

30개의 조각상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성 얀 네포무치키 신부상이다.

 

보헤미아 바츨라프4세가 아내인 요안나 불륜을 의심하여

 

왕비의 고해성사 신부인 네포무츠키 신부를 불러 아내의 부정을 물었으나

 

고해 성사의 비밀을 지키고자 끝내 말하지 않자 이에 분노한 왕은 그를 강에 던져 죽였다.

 

그의 시신은 뒤에나 부패하지 않은 채로 떠올랐고

 

현재 프라하 성에 있는 비타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실화와 야사가 섞여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은 자리에 동상을 세웠고

 

특히나 그의 조각상 아래에 새겨져 있는 '개'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천주교에는 다른 종교에 없는 고해성사라는 것이 있고

 

사제는 고해성사중 들은 내용에 대해서 절대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기에

 

다수의 이익 개인의 종교적 양심 상충될 어느 것을 우선시 해야 하는지 자주논쟁거리가 되곤 한다

 

이런 딜레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가끔씩 등장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적이 있다.

 

독재의 서슬이 시퍼랬던 1982년에 일어난 부산 문화원 방화 사건 때이다,

 

(어떠한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검색해 보시길)

 

연루된 최기식 신부는 법정에서

 

교회의 양심법과 실정법이 상충될 사제는 양심 법을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고

 

당시 김수환 추기경님은

 

최신부의 구속은 사제의 신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사건이다,

 

예수께서 범법자가 당신에게 찾아와 도움을 구하면 밀고를 했겠는가?

 

신부는 죄인은 물론 고통 받는 사람과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하는 사제의 양심을 따랐다라고 말했다.

 

올바른 사회와 올바른 종교는 절대로 대립관계에 있을 없다,

 

물론 서로 추구하는 바가 조금은 다를 있지만 범위 안에서 공동의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올바른 사회라면 올바른 종교을 탄압할 이유가 없고

 

올바른 종교라면 올바른 사회에 해가 이유가 없다

 

또한 올바른 종교에서 올바르게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이란 완벽한 존재가 아님으로)

 

공동의 선에 해가 될만한 범법행위를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바른 종교라면 올바르지 않은 사회와 대립할 수밖에 없고

 

올바른 사회라면 올바르지 않은 종교와 대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군부독재 시기였던 당시의 최기식 신부님이나 김수환추기경님의 행동과 말씀은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리라.

 

어둠이 내려오면 산 중턱에 있는 프라하 궁전과 다리에 불이 들어오고

 

그 불빛들이 강물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프라하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나는 이런 멋진 풍경 속에서 한편으로는 낭만적인 감성에 젖고

 

또 한편으로는 종교와 사회 그리고 종교인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낭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각에 젖었다.

 

 

 

 

 

 

 

 

 

 

프라하의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트램에 올랐다,

 

얼마를 가다 보니 검표원 두명이 올라 탔고 한참 검사를 하는데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한 동양 커플이 무임 승차로 걸렸다.

 

유럽에는 버스나 트램을 이용할 때 기사가 매번 검사를 하지는 않고

 

대신 불시에 검표원이 올라와 검사를 해서 무임 승차로 걸리게 되면

 

요금에 비해 꽤 큰 금액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도시들이 있고

 

외국인이나 관광객이라서 잘 몰랐다는 핑계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다고 쳐도 분명히 벌금을 내라는 소리라는 것을 알테지만

 

커플은 못 알아듣는척하며 제대로 된 대꾸를 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 공항에서 내렸고

 

검표원 두 사람도 같이 내려서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어떻게 일이 마무리 되는지 따라가서 볼 만큼 궁금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내가 본 상황은 거기까지이지만

 

모르기 몰라도 그 커플은 벌금을 내기 전까지 출국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체코의 공항직원이라면 큰 범죄는 아니지만 그래도 법을 어긴 것이고

 

검표원까지 따라왔으니 순순히 출국 시켜줄 것 같지는 않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아무리 강대국의 국민이라도 외국에서는 소수이며 그래서 언제나 약자일수밖에 없는데

 

공항에서 입출국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공항의 특성상 워낙 보안이 강조되는 곳이다 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이유를 만들면 최악의 경우 입국 금지나 출국 금지를 당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서너 시간 정도 공항에 붙잡아 두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별한 이유 없이 입출국시 보안 검사에 걸려 몇 시간 동안 공항에서 고생했다는 경험담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공항이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을 가는 통로 어디쯤 눈에 잘 띄는 곳에

 

웰컴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걸려있는 반면

 

정작 입국심사를 하는 사람들이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던 나라는 내 기억에 네팔말고는 없다.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자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맞이해도 될 듯 한데

 

우리나라에 온 것은 웰컴이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행동하지 마라라는 뜻인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듯이 외국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법규를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항에서 군기(?)를 잡는다고 법을 더 잘 지키지도 않을 것이며

 

범죄와 연루되어 입국하는 사람이 계획했던 범죄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외국 공항도 그렇고 우리나라 공항도 그렇고

 

입국 할 때마다 공항의 직원들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

 

꼭 저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라는 궁금증이 나도 모르게 생긴다.

 

 

 


 

 

 

 

여행지를 정할 때 언제나 그렇듯이 프라하도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강과 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도시,

 

옛 것을 그대로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도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만 여전히 순순함이 묻어나는 도시,

 

밤도 낮 못지 않게 아름다운 도시,

 

오래된 도시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도시.

 

유럽사람들이 왜 그렇게 가보고 싶어하는지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그 곳에 가게 되면 단박에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오늘로서 여행묵상 시즌1을 마치고 

2022년부터는 그림묵상 시즌2를 시작합니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여행묵상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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