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4. 다윗의 라빠 점령(1역대 20,1-8)

다윗이 여러 전쟁에서 승리하고, 심지어는 암몬과 아람마저 쳐부수고는, 그들과 화친을 맺었다. 드디어 해가 바뀌어 우기가 끝나고 봄이 되어 전쟁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통상 이를 틈타서 임금들이 출전하는 때가 되자, 다윗의 용맹한 장수 요압은 온 이스라엘 군대를 이끌고 나아가서, 그들이 이미 점령해 화친을 맺은 암몬 자손들의 땅을 짓밟으며 가로질러 라빠까지 가서 그곳을 포위하였다. 라빠는 요르단 동쪽 사해 위의 암몬 자손들의 중요한 한 성읍이었다.

역대기 저자는 이 라빠 점령을 기록하면서, 그가 참조한 문헌들의 일부를 일부러 뺀 것 같다. 거기에는 다윗과 밧 세바와의 간통, 나탄 예언자의 다윗에 대한 질책, 그들에게서 난 아들의 죽음과 솔로몬의 탄생 내용이 있었다. 이는 어쩌면 다윗에게는 그리 명예롭지 못한 내용으로서, 위대한 임금으로 다윗을 묘사하려는 저자에게는, 표현하기가 다소 부담이었다고 여겨진다.

그 전투에는 다윗 임금도 예루살렘에 직접 머물러 있지 않고 손수 참여했다. 그곳은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한참이나 떨어진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츠루야의 아들 요압은 이번에도 여러 기질을 발휘해서 마침내 성읍 라빠를 쳐서 무너뜨렸다. 다윗은 그들 임금 말캄(일명 ‘밀콤’이라 침함)의 머리에서 왕관을 벗겨 자기가 직접 가졌는데, 그 무게를 달아 보니 금 한 탈렌트나 되었고, 거기에는 값진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밀콤은 암몬인들의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제 그것은 다윗의 머리에 얹혀졌다. 다윗은 그 성읍을 털어 아주 많은 전리품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는 또 그곳의 백성을 데려다가 톱질과 곡괭이질과 도끼질을 시켰다. 어떤 학자들은 곡갱이와 도끼를 고문 도구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노예살이와 연관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은 노예들이 이런 연장을 사용하면서 노역에 종사하였기 때문이다. 다윗은 암몬 자손들의 성읍마다, 다들 이렇게 다루었다. 그러고 나서는 다윗과 모든 군대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여기에서도 역대기 저자는 또다시 암논의 친족 강간, 압살롬의 아버지 다윗에 대한 반란, 3년 동안의 그 기나긴 기근 등의 다윗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그러고 나서는 다윗의 필리스티아 거인과 싸워 이긴 전쟁 이야기를 다룬다. 라빠를 점령한 다윗에게는 그 뒤에, 게제르(‘곱’이라고도 칭함)에서 필리스티아인들과 싸움이 일어났다. 그때에 후사 사람 시브카이가 르파임족의 후손들 가운데 하나인 시파이를 쳐서 죽이자, 필리스티아인들이 굴복하였다. 그 후에 다시 필리스티아인들과 싸움이 재차 일어났다. 야이르(아우르)의 아들 엘하난이 갓 사람 골리앗의 아우 라흐미를 쳐 죽였는데, 라흐미의 창대는 그 무시무시한 베틀 용두머리 같았다.

갓에서도 싸움이 일어났다. 거기에는 거인이 하나 있었는데, 손가락 발가락이 여섯 개씩 스물넷이었다. 그도 르파임의 후손이었다. 그가 이스라엘인들에게 욕을 퍼붓자, 다윗의 형 시므이의 아들 요나탄이 그를 쳐 죽였다. 갓에 살던 이 르파임의 후손들은 다윗과 그 부하들의 손에 쓰러졌다. 사실 이 전투에서 다윗은 직접 그들과 싸우지는 않았지만, 승리를 다윗에게 돌린다.

이처럼 다윗의 용맹스런 무용담을 다룬 전쟁 이야기의 주요 전사는, 문헌(2사무 21,22)에 따르면, 아비사이, 시브카이, 엘하난과 요나탄 등 필리스티아의 전사들과 싸워 이긴 다윗의 용사들 수는 넷이다. 그러나 역대기 저자는 아비사이를 뺀, 세 사람만 언급한다. 그것은 다윗이 힘센 필리스티아 전사의 공격을 받고는 부하인 그의 조카 용맹한 아비사이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가까스로 겨우 살아남은 전투 모습을 다루는 마음이 내키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다윗을 위대한 임금으로 다루려는 저자의 의도가 아니기에, 생략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윗이 여러 전투에서 승리한 후, 사탄이 이스라엘을 거슬러 일어나, 이스라엘의 인구를 조사하도록 다윗을 부추겼다.[계속]

[참조] : 이어서 ‘15. 인구 조사와 흑사병’이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