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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아침에......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1 조회수1,197 추천수2 반대(0) 신고

 

오늘은 새해 첫날입니다. 성모님의 축일을 지내는 뜻 깊은 날입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의 말씀에 비추어 성모님의 삶 속에서 성모님의 신앙을 배우고 싶습니다. 성모님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아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순명일 것입니다. 순명과 같은 개념으로 순종도 있습니다. 순명과 순종은 무엇이 다를까요? 둘 다 어떤 것을 따른다는 점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미세한 뉘앙스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따르긴 따르는데 순명은 그 속에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겸손이 숨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순종은 따르긴 따르는데 여기에는 힘의 논리에 적용돼서 어쩔 수 없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되고 또 겸손이 수반되지 않은 따름이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느낌의 차이를 따지자면 그럴 겁니다.

 

그럼 오늘 복음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목동들이 성모님과 요셉 성인과 아기 예수님께 가서 예수님에 관해 천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만약 이런 상황을 우리에게 적용하면 어떨지 먼저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놀라워할 것입니다. 이것은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모습과 동일합니다. 이건 어느 누구도 같은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다음부터입니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놀라운 나머지 이런 일 같으면 자기 주변에 이런 놀라운 일이 있다든지 하고 알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치기도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성모님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와는 달랐습니다.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간직하신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곰곰이 되새겼다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간직한다는 것은 어떤 현상을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도 또 중요한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전해준 사람이 누구인가요? 바로 우리가 보기에 보잘것없는 목자인 목동들이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어땠을까요? 그냥 코웃음이나 하고 지나쳐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또 그걸 마음속에 간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마도 대부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이런 내용이 성경에 있다는 게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요?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바로 경청의 자세입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바로 그 모습을 우리는 배워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도 하찮다고 여길 수도 있는 보잘것없는 목동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셨다는 뜻입니다. 그 속에서 그 뜻이 무엇일지 바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셨다는 그 모습을 우리는 배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단순한 목동이었겠지만 성모님의 눈에는 그저 동물들이나 지키는 목동이 아니였던 것입니다. 그 목동이 옆집에 사는 목동이었다면 아마도 조금은 달랐을지도 모를 것입니다. 전혀 모르는 목동이었고 또 그런 목동이 어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알고 왔으며 설령 알고 왔다고 해도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 같으면 간직도 힘들겠지만 설령 간직을 했다고 해도 곰곰이 되새기는 과정은 좀처럼 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여기서 곰곰이 되새기는 과정이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진정한 신앙인은 여기서 차이가 날 것입니다. 섣부른 속단과 경솔한 판단이 앞서는 우리와는 다른 것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처음에 성모님의 수태고지를 받아들이는 순간도 그렇고 오늘 복음에 나오는 목동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는 모습이 우리가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또한 오늘 복음의 말미에 보면 여드레 후에 천사가 일러 준대로 아기 예수님의 이름을 예수라는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복음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복음에 나오는 시간적인 공백을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공백의 시간도 우리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이 경과한 후에 순명이 나옵니다. 저는 이 공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묵상을 하게 됩니다.

 

바로 침묵입니다. 이 침묵의 시간은 그저 단순히 침묵하는 그런 침묵이 아니였을 겁니다. 그 시간은 바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헤아려보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또 하나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의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상황에는 부부 간에 어떤 대화도 당연히 오고갔을 겁니다. 하지만 복음에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바로 침묵의 중요성을 알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복음은 마치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성모님은 이 세상에서 누구를 낳으셨는지요? 바로 하느님의 아들을 당신 태중에 모셨던 것입니다. 그런 아들을 세상에 출산하시어 율법에 매여 있는 우리를 속량하시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 하시기 위해서 율법 아래에 놓이게 하셨다고 오늘 제2 독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잡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도 때가 찰 때까지 하느님께서도 기다리셨던 것입니다. 전지전능하신 분이 그것을 하시지 못해서 때가 찰 때까지 기다리셨을 것 같습니까? 만약 그러셨다면 전지전능하신 분이라고 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마치 이 세상이 죄악의 소굴과도 같은 호랑이 굴과도 같은 곳입니다. 죄악의 세상을 평정하시고 또 그 세상에서 죄인들을 속량하시기 위해서 그에 맞는 때를 기다리신 것입니다. 그 기다림의 끝에서 우리는 더 이상 율법에 매여 죄로 신음하는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상속자로 하느님께서 세워주신다는 게 오늘 독서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침묵이 중요한 것입니다. 침묵은 그저 입만 닫고 있는 게 침묵이 아닌 것입니다. 진정한 침묵은 기다림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시간이 수반되어야 그게 진정한 침묵이 될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통해서 성모님의 축일을 지내며 새해에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시려고 하는지 한번 묵상하며 축일을 지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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