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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6 조회수1,409 추천수10 반대(0)
화장실과 세면대에 누수가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물을 내리는 부속이 낡았습니다. 세면대도 손잡이 부분이 낡았습니다. 고치려면 공구가 있어야 하지만, 공구도 없고, 자신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신문사의 창고를 이용하는 형제님이 부속을 사왔고, 화장실과 세면대의 누수를 말끔하게 고쳐 주었습니다. 참 고마운 형제님입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하수구를 시원하게 뚫어 주었습니다. 그때 하수구를 뚫지 않았으면 비가 역류해서 낭패를 볼 뻔 했습니다. 지붕의 누수가 있었는데 그것도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산 차고도 튼튼하게 고정해 주었습니다. 손재주가 없기도 하지만 제게는 형제님의 손은 마술사의 손 같이 보였습니다. 막힌 것은 뚫어 주는 손이고, 누수가 있는 것은 막아 주는 손이고, 어둠을 환하게 밝혀 주는 손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을 보면 마술사의 손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같이 있는 신부님은 손가락 몇 번으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기도 합니다. 여행가서 머물 숙소도 예약합니다. 손놀림 몇 번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수녀님은 예쁜 말씀 카드를 만들어서 이웃들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저도 따라하려고 하지만 세례자 요한이 말했던 것처럼 그분들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여행가면 설거지를 하는 겁니다. 다행히 큰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요즘 캠핑장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사제로 살면서 손의 소중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제병과 포도주를 축성하는 것은 저의 손입니다. 봉성체를 통해서 주님의 성체를 모셔 드리는 것도 저의 손입니다. 병자성사를 통해서 안수해 주는 것도 저의 손입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성서를 보면 아름다워야 할 손이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는데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와의 손은 선과 악을 아는 열매를 따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죄가 들어왔습니다. 카인의 손은 사랑해야 할 동생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손이 범죄의 도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윗의 손은 욕망과 탐욕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유다의 손은 주님을 팔아넘기는 표적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손은 노예를 팔아넘기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식민지를 나누는 서명에 손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손은 마음을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따라가는 손은 축복과 나눔의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욕망과 탐욕의 마음을 따라가는 손은 폭력과 전쟁을 만들어 냅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도 손을 자주 사용하셨습니다. 눈이 먼 사람의 눈에 손을 대니 볼 수 있었습니다. 귀가 막힌 사람의 귀에 손을 대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죽은 소녀에게도 손을 대시며 탈리타쿰하시니 일어났습니다. 오늘 나병환자에게도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나병환자는 깨끗하게 치유되었습니다. 예전에 할머니의 손은 약손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배가 아프면 할머니께서 배를 만져 주셨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배 아픈 것이 없어졌습니다. 예수님의 손에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손에는 손자들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향해 내미는 아기의 작은 손을 봅니다. 그 아이의 손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잡아주는 엄마의 손을 봅니다. 바티칸에서 보았던 손이 기억납니다. 천지창조를 하시는 하느님의 손과, 인간 아담의 손입니다. 하느님의 손을 통해서 인간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전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내가 내미는 손이 축복의 손이면 좋겠습니다. 오늘 내가 잡은 손이 사랑의 손이면 좋겠습니다. 손과 손이 만나서 희망의 열매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이 당신 아드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아드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고, 하느님의 아드님을 모시고 있지 않는 사람은 그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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