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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병환자는 왜 얼굴을 땅에 댔을까?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7 조회수845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늘 복음 이전, 앞 부분에 베드로의 회개 장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보면 조금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베드로의 회개의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의 치유와 연결지어서 한번 묵상하고자 합니다. 베드로는 밤새 물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랬다면 아마 때는 이른 아침 무렵쯤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집에 돌아가 쉬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밤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고 생각했다면 바다의 물길과도 같은 것에는 잔뼈가 굵은 베드로 같은 사람이 어부로 지내면서 더 이상 있어봐도 아마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이상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는 어떤 희망도 없었을 겁니다. 앞으로 더 있는다고 해서 고기가 잡혀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없다고 봤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의 지시대로 따랐습니다. 깊은 곳으로 가 그물을 내려라고 했습니다. 전에도 한번 말씀드렸던 적이 있지만 갈릴리 호숫가는 지형학적으로 깊은 곳에는 물고기가 잡힐 확률이 아주 희박하다고 합니다. 베드로의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까?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마지못해 따르긴 따르겠습니다만 정말 고기가 잡히는지 한번 이번에 잘 보세요." 라는 그런 심산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따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찌 됐든 결과는 어찌 됐습니까?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여기서 베드로의 믿음과 신앙이 일단 위인이 될 조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베드로의 반응은 바로 자신이 예수님 무릎 앞에 엎드리며 말합니다. "자기에게서 떠나주십사." 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단순히 죄인이라고도 하지 않고 죄 많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왜 자신을 죄 많은 사람이라고 고백을 했을까요? 

 

만약 보통의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 것 같은지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즐거워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죄인이라는 고백을 한다는 것은 아마 상상하기 힘든 상황일 것입니다. 바로 이것만 봐도 베드로의 믿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베드로가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예수님을 바라보긴 봤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마 베드로는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예수님의 말씀과 지시에 대해 얼마나 신뢰를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아마도 말도 되지도 않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그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신의 선입견이 예수님의 그런 말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랬는데 결과는 달랐던 것입니다. 여기서 베드로는 자신이 가졌던 선입견이 무너진 것입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무너지는 순간 그때 예수님의 신성이 자신의 눈에 보인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때 바로 죄인이라고도 하지 않고 죄 많은 사람이라고 한 것입니다. 

 

조금 양보해서 그렇다고 인정해도 그냥 죄인이라고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죄 많은 죄인이라고 한 것도 한번 잘 묵상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단순히 죄인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더 자신을 들여다 보았다는 처절한 반성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완전 밑바닥까지 자신을 예수님 앞에 내려놓은 것 말입니다. 이런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나병환자와 연결해서 묵상해보겠습니다. 그당시 나병환자는 천형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병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병을 가진 사람이 예수님 앞에 왔을 땐 자신의 병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아주 절박했을 겁니다. 온몸이 나병이 걸린 환자였습니다. 

 

오늘 저는 이 환자가 치유된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사실 중요하게 보려고 합니다. 예수님 앞에 와서 자신의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청한 자세를 우리는 잘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몹쓸 나병에 걸리긴 했지만 일단 그당시 생각으로써는 죄 많은 사람이 하늘으로부터 받은 벌처럼 생각을 했으니 자신도 자신의 신체가 정결한 몸이 아니고 또 자신 스스로가 깨끗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는 것으로 봐도 자신 스스로도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상적으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다고는 하지만 죄인이라고 인식을 해서 감히 몸이 치유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차마 그런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보이는 게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가 말하는 보통 일반적인 회개와는 조금 성질이 다르지만 조금 달리 본다면 이 나병환자와 베드로 사도처럼 땅에 얼굴을 대거나 자신을 엎드려 예수님 앞에서 자신의 민낯을 숨기지 않고 완전히 드러낸 모습이 치유와 은총을 받기 전에 선행된 회개라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런 회개가 베드로 사도는 사람 낚는 어부로 나병환자는 치유의 은총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바라볼 때 그저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은총과 축복의 통로가 되려면 그저 단순히 죄인이라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진짜 자신이 무엇 때문에 죄인인지 그 원인을 철저히 들여다 볼 줄 알아야 그때 비로소 진정한 은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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