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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저는 주님을 위한 작은 일에 제 온몸과 마음, 정성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7 조회수784 추천수6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찬란한 태양처럼 동쪽 하늘 위로 붉게 떠오르자, 선구자 세례자 요한이 보여준 태도를 한번 보십시오. 놀랍도록 겸손하고 솔직합니다. 그의 태도는 마치 서녘 하늘을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석양처럼 담담하고 아름답습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복음 3장 28절, 30절)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작아지는 것에 대해 조금도 슬퍼하거나 못마땅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기쁨으로 충만한 얼굴입니다. 그는 주님의 커지심과 동시에 자신의 작아짐에 대해서 큰 기쁨이요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커지고 높아지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세상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세례자 요한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수도원 안에 살아가는 우리 역시 작아짐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작아진다는 것은 겸손해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겸손해진다는 것은 활짝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이웃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넓은 시야, 너그럽고 부드러운 시선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저희 공동체는 지금 잡목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다들 톱 하나씩 손에 들고 열심히 톱질을 하고 있습니다. 한 형제가 실수로 손톱 끝을 조금 잘랐습니다. 제가 농담 삼아 그랬습니다. “손목이나 목이 날아가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저 역시 어떻게 하다가 검지 손가락을 삐끗했습니다. 부어오르고 많이 불편했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위로를 했습니다. “시골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작아진다는 것, 겸손해진다는 것은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건 사고들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갑작스레 다가온 불행이나 불운 앞에서도 크게 호들갑을 떨거나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크게 한번 껄껄 웃으면서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17세기 프랑스 가르멜 수도회 회원이었던 부활의 라우렌시오 수사가 수도원 안에서 맡은 소임은 다른 영성가들이 볼 때 가장 작고 하찮은 일, 허드렛일이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나 힘든 일을 할 때에도 그의 얼굴은 충만한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큰일을 할 수 없는 사람임을 잘 알고 있기에, 주님을 위한 작은 일에 제 온몸과 마음, 정성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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