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세례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8 조회수1,338 추천수9 반대(0)
제가 부르클린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면 제게는 기쁨입니다. 하지만 교황님께서 부르클린 성당에 오셔서 미사를 봉헌하면 부르클린 성당에 기쁨이 됩니다. 성당 들어오는 입구에 교황님이 오셔서 미사를 봉헌했다는 표시를 해 놓을 것입니다. 저와 교황님의 직분과 직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세례는 회개와 정화의 표징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세례는 성사(聖事)’가 되었습니다. 이제 세례는 죄의 사함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은총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물에 들어가서 세례를 받으시면서 물 또한 거룩한 성사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면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들 또한 세례를 받으면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사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가브리엘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비로소 본명(本名)이 주어집니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도 있지만 세례를 받으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이름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어르신들이 본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시면 저는 가브리엘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합니까? 오늘 제1독서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는 일 없이, 마침내 세상에 공정을 세우리니, 섬들도 그의 가르침을 고대하리라.” 하느님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참아내라고 합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하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실하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고, 지치지 않고, 기가 꺾이지 않았으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사셨습니다. 세례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필요조건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아닙니다.

 

공정이란 무엇일까요? 햇빛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골고루 비추듯이 하느님의 사랑이 모두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방인이라서, 죄인이라서, 배우지 못해서, 여자라서, 난민이라서, 이주노동자라서, 장애인이라서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형제가 잘못하면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아홉 번이라도 용서하는 것이 공정입니다. 소유와 탐욕의 삶에서 벗어나 존재와 나눔의 삶을 사는 것이 공정입니다. 우리는 그런 공정의 세상을 사도행전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가진 것을 모두 교회로 가져왔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고아나 과부가 풍족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런 공정의 세상을 박해시대의 교우촌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우들은 함께 기도하였고, 가진 것을 나누었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런 세상이 공정의 세상입니다. 매주 친교를 나누는 부르클린 한인 공동체도 공정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를 통해서 변화된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이 예뻐서, 부르기 좋아서, 생일에 가까운 축일이 있어서 세례명을 정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명을 정하는 것은 이미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성인과 성녀들의 삶을 본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의 도움을 청하며 세상이라는 험난한 파도를 이겨내기 위해서 세례명을 정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의 세례명을 한번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아직 세례를 받지 못한 분들은 죄의 용서를 받으며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세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