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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버림의 미학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10 조회수778 추천수5 반대(0) 신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하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소유욕이 있습니다. 소유욕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무엇을 가지려고 하는 욕구와 욕망입니다. 그런 마음의 밑바닥에는 소유욕이 행복을 만족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행복을 느끼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소유로 인해 느끼는 행복입니다. 또 하나는 정반대의 개념입니다. 버림으로써 소유할 수 있는 행복입니다. 전자는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후자는 쉽게 납득이 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 배치되는 딜레마입니다. 또한 사람이 가지는 보통의 욕구와 욕망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는 버림의 미학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버림의 미학은 무엇일까요?

 

왜 우리 모두는 언젠가 세상을 떠날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가는 인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기 힘들어하는 것일까요? 인도의 저명한 명상 학자가 이런 이유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종교는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 학자에 따르면 제가 봤을 땐 종교적인 관점으로 설명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그 학자는 영혼의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은 즉, 다시 말해 여기서는 사후 세계를 말하며 진정으로 그 세계를 갈망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미련이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활만으로 현세의 삶에 만족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일면 이해가 될 것 같은 면도 있으면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혼의 세계를 갈망하면서 현세의 삶도 풍족하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하기 때문입니다. 얼핏보면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 정신세계에서는 모순이 됩니다. 그 이유는 둘을 동시에 다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요즘 현대에 새로운 생활방식 중 하나인 '미니멀 라이프'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물품으로 만족을 하며 사는 생활 스타일입니다. 이런 삶의 밑바탕에는 '버림의 미학'이 숨어 있습니다. 이걸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한 학자가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범위 밖의 소유를 원하게 되면 그 소유욕은 그때부터는 불필요한 소유욕으로 변질된다는 것입니다. 이 시점이 한계점입니다. 우리는 이 한계점을 벗어나면서부터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사람만이 이 세상을 살면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 한계를 제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만족한 수 있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늘상 그 사람은 만족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얼마든지 만족한 삶을 살 수가 있는데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한계를 설정하는 설정값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범위를 낮추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 한계를 낮춘다는 것은 바로 다른 표현으로 하면 '버림'입니다. 결국 버림으로써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역설이 됩니다. 저는 이 이론을 신앙에 접목해봤습니다. 이해가 쉽지 않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정확한 이론과도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의 모습을 잘 보면 그 속에 해답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실 때 그 시점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실 때였습니다. 또한 전제조건이 회개였습니다. 저는 이 회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회개는 누구나 무엇인지는 다 잘 알겠지만 오늘 복음 안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이해를 하고 싶습니다. 바로 버림입니다. 제자들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따를 때 그들의 행동과 모습을 잘 보시면 어떤가요? 바로 그들은 재산 목록 1호와 같은 것인 그물을 버렸습니다. 그물을 버린 것도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한 것이 아니였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은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이런 제자들의 모습이 또 다른 회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행동이 언제 일어난 것인지를 보게 되면 예수님께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언하신 시점입니다. 

 

이 말씀과 연결지어서 묵상을 해보면 하늘나라에서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을 다 버려야만이 예수님을 따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따를 때만이 우리는 예수님께서 산상설교에서 말씀하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기서 그물은 단지 재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하늘나라의 삶을 사는 데 거추장스런 모든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무수한 것이 있을 겁니다. 시기, 질투, 아집, 욕심, 번뇌, 쓸데없는 명예 등등 많이 있을 겁니다. 결국은 이런 것에서 자유로운 영혼이 될 때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누릴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게 진정한 참 행복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시는 것인데 우리 사람은 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도 그걸 애써 손에 쥐려고 아옹다옹하며 사는 어리석은 중생의 삶을 살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리려고 하기 때문에 하늘이 주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버림의 미학이 요즘 신앙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금 그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새벽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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