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4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29 조회수1,709 추천수9 반대(0)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특히 힘든 상황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큰 힘이 됩니다. 86년 군대에서입니다. 자대배치를 받아서 긴장한 채로 내무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동창이 저를 알아보았고,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은 저보다 2년 먼저 입대하였습니다. 부대의 사정도 잘 알고, 무엇보다 한참 선임이기에 저는 편안한 마음으로 군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신문 홍보를 다니면서 늘 긴장하게 됩니다. 피닉스와 버지니아의 한인 성당에서 홍보를 할 때였습니다. 피닉스에서는 제기동 본당에서 활동하던 청년이 사목회 임원으로 있었습니다. 덕분에 편안하게 신문구독 신청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버지니아에서는 고등학교 동창이 주일학교 담당으로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구독신청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따뜻한 마음으로 저를 대해 주었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따뜻한 마음이 함께 하기에 더 좋았던 기억입니다.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지만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서 믿고 투자를 했는데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더 꼼꼼하게 살필 수 있었는데 알기 때문에 믿다 사기를 당하기도 합니다. 아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친한 친구를 만나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소문을 나쁘게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공한 친구에 대한 시기심이 있을 수 있고, 예전에 있었던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처음 만나는데도 마치 오래전에 알던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뉴욕에 와서 신부님들을 만났습니다. 부르클린 교구, 대구교구, 부산교구, 대전교구입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신부님들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을 지내면서 많은 시간 함께 하였습니다. 캠핑도 함께 하였고, 주일이면 모여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모두들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축하해 주었습니다. 작년 서품30주년 미사에도 모두 함께 해 주었습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봉독한 후에 기쁜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마귀를 쫓아내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였습니다. 새로운 권위를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좋은 마음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을 보면서도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입니다. 예수님의 권위 때문에 자신들이 가졌던 기득권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시험하려하였고, 예수님의 말과 행동에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마을 사람들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마음이 닫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우리는 저 사람의 가족들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예수님께서는 눈으로 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눈은 마음의 창문과 같다고 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선한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보면 세상은 선하고,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고 하십니다. 나쁜 마음으로, 악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아비귀환의 전쟁터로 보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전해 주십니다. 엘리야 예언자 시대에 큰 가뭄이 들었지만 하느님의 기적은 이방인이었던 시렙타의 과부에게서 일어났다고 하십니다. 엘리사 시대에 나병환자가 많았지만 하느님의 기적은 이방인이었던 시리아의 나아만 장군에게 일어났다고 하십니다. 시렙타의 과부는 선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리아의 장군 나아만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친분과 혈연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선한 마음, 열린 마음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는데 그때 보는 것은 예전에 보던 것과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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