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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봉헌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01 조회수2,092 추천수9 반대(0)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오늘을 축성생활의 날로 정했습니다. 하느님께 가난, 정결, 순명을 서원한 수도자들을 위해서 기도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교회는 오늘 1년 동안 제단에서 사용할 초를 축성합니다. 예전에는 초를 많이 사용했지만 전등이 발명되면서 요즘은 가정에서 초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례 때, 미사 때, 기도할 때 우리는 초를 사용합니다. 단지 어둠을 밝히는 용도라면 더 이상 초는 필요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가톨릭평화신문의 심리여행에 기고하신 수녀님의 촛불 명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봉헌 축일에 묵상하기에는 좋은 글입니다.

 

미사나 전례 때에 초를 켜는 이유를 생각합니다. 첫째 이 초는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자신을 태워서 세상에 빛을 주신 구원의 주님을 상징합니다. 둘째, 나 자신을 의미합니다. 나를 태워서 주변을 밝게 하라는 사명입니다. 셋째, 이 불꽃처럼 뜨거운 기도가 되어 하느님께로 올라가기 위함입니다. 천천히 타고 있는 심지, 뜨겁지만 묵묵히 자신을 죽이고 몰래몰래 눈물짓는 촛불을 바라보노라면 한평생 자녀들을 위해 온몸이 부서져라 살라진 노모의 주름진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종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도 켜기 전에는 초가 아닙니다. 초는 켜서 달아 없어져야 합니다. 삶은 무엇인가? 타인을 위해 살라지는 한 자루의 촛불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은 남김없이 살라져 없어지면서도 주변을 밝혀주기 위해 불타는 초의 사명, 자신을 송두리째 불사르기 위해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 촛불을 통해 내 안에 임재하시는 그분을 느끼며 세상 곳곳에 온기를 전하라고 속삭이고 계신 주님입니다. 지금도 마음의 추위, 영혼의 추위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빛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둠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이 빛을 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촛불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촛불같이 소리 내지 않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어둠을 원망하지 않고 그 어둠을 밝히는 한 자루 촛불이 되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오늘도 이른 새벽, 어둠이 맴돌고 있는 대지 위에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손이 그립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 세상은 더욱 밝고 따뜻해 질 것입니다.

 

기도는 성취되고 있는 희망입니다. 낙담한 사람은 더 이상 기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희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힘을 확신하는 사람은 기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단지 자신만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선과 권능을 희망합니다. 기도는 성취되고 있는 희망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 오늘 우리는 성전에서 기도하였던 시메온과 한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봉헌되신 아기 예수님을 들어 올려 축복한 사람은 언제나 기도하였던 시메온과 한나였습니다. 예수님을 축복하면서 시메온은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주님께서는 고난의 잔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박해하고, 십자가에 매달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솔직하게 아프다고, 원망스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주님께서는 이제 모든 이를 위한 모든 것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신앙이 있는 곳에, 당신의 몸을 성체의 모습으로 나누어 주십니다. 봉헌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봉헌은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입니다. 봉헌은 나의 허물과 잘못까지도, 나의 원망과 실망까지도 하느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봉헌은 나의 삶을 이웃들을 위해서 나누는 것입니다.

 

주님의 봉헌축일을 지내면서 제가 좋아하는 한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春蠶到死絲方盡(춘잠도사사방진) 蠟炬成灰淚始乾(납거성회루시간)” 뜻풀이는 이렇습니다.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를 그치고, 초는 재가 되어서야 눈물이 그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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