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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월요일 묵상을 쉬기로 한 이유: “이 양들이 네 거니?”
작성자김 글로리아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04 조회수1,745 추천수4 반대(0) 신고

 

 

 

 

 

 

 

 

 

 

2022년 다해 연중 제4주간 토요

 

 

 

 

<월요일 묵상을 쉬기로 한 이유: “이 양들이 네 거니?”>

 

 

 

 

복음: 마르코 6,30-34

 

 

 

     


LORENZETTI, Pietro 작, (1325)  

 

 

 

    복음을 전하고 돌아온 사도들이 예수님께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자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사도들이 쉰다고 양 치는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들을 따라서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습니다. 외딴곳으로 사도들과 함께 쉬러 오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친히 그들을 가르치십니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목자는 사도들을 가리키는 게 분명합니다. 사도들이 쉬어야 하기에 당신이 직접 그들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얼마 전에 혼자 개인 피정을 하였습니다. 본래 단체로 피정을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취소되고 성당이나 사제관에서 혼자 피정하라는 지시가 왔습니다. 저는 심적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유튜브 강론을 무리하게 일주일 동안 두 개씩 미리 올리는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피정하면서 하나씩 올리면 됐습니다. 

 

 

    피정이 잘 됐을까요? 일주일을 혼자 사제관에서 지내고 났더니, 그냥 사람만 안 만났을 뿐이지 하루 일상이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강론 동영상을 올리는 시간이 일과의 매우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동영상 하나 올리는데 4~5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하루에 하나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2개도 올립니다. 그러면 동영상 올리다 하루가 다 갑니다. 

 

 

    코로나로 유튜브를 시작한 지 아직 2년이 안 됐지만, 구독자분이 2만 명이 넘었고 매일 복음 묵상을 들으시는 분도 만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올린 동영상 개수도 천 개가 넘어섰습니다. 열심히 달려왔고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습니다. 지금도 구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만약 한 본당의 사제라고 생각한다면 매일 미사 나오시는 분이 만 명인 것입니다. 그런 본당 신부가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쯤 되니까 여러 신부님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인기 유튜버가 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사제가 유튜버라고 불리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한 것은 ‘매일’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저의 유일한 자랑이었습니다. 부모님도 우리 자녀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매일 열심히 일하셨듯이, 목자는 양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매일 양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정을 하고 나서는 약간 허무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하는 피정을 유튜브 올리며 지내다니!’

 

 

    물론 미리 일주일 것을 더 해놓고 다른 외딴곳으로 피정하러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일이라 피정을 놓쳐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휴가를 내서라도 다른 곳에서 다시 피정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며 오늘 복음을 보니 ‘양 떼가 진정 그리스도의 것이 되는 때는 목자가 쉬는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자가 쉬면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묵상을 하루도 안 빠지고 올린 것은 양들을 굶기지 않으려는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며칠 올리지 않으면 꾸준히 들으시는 분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양들을 ‘나의 것’으로 여기고 주님께 맡기지 못한 것입니다. 만약 주님이 가르치시려고 하는데, 사도들이 “아녜요, 제가 모은 양 떼는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실 것입니다. 

    “양들이 네 거니?”

 

 

    전에 어떤 목사님이 10년 동안 열심히 목회하였는데 신도 수가 늘지 않아서, 목사직을 포기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위해 기도원에 들어가 기도하였습니다. 그분은 “예수님, 저는 실패한 목사입니다”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내가 실패하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그 목사는 “제가 실패한 겁니다”라고 대답하자, 예수님은 “만약 성공했으면, 네가 성공한 거니?”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저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강론에서는 자녀들을 주님께 맡기라고 하면서 마음으로는 쉴 시간도 없이 양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성공을 위한 목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월요일에는 묵상을 쉬고 휴가나 피정을 하러 갈 때도 쉴까 생각합니다. 또 7년이 되면 1년은 묵상을 쉬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2년 정도 했으니 저도 안식년을 하면서 주님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쉬는 시간이 저의 욕심을 내려놓고 양들을 주님께 봉헌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는 어떤 분들이 ‘이제 좀 게을러지려고 하시나 보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분들도 제가 좀 그렇게 쉬기를 바라셨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신자분들은 언제나 착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떤 유튜브에서 한 성공했다는 사람이 나와서 사람의 성실함은 성공의 25%밖에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하고, 장기적인 플랜도 중요하며,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쏟는 것도 중요하고, 하루 계획한 것을 제대로 마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을 쓴 하완 작가는 40살이 될 때까지 성실함을 최선으로 여기며 살아오다가, 불현듯 회사를 나와 진정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고자 한 사람입니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일하고 싶을 때 일하며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며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쩜 참으로 우리에겐 불편한 이야기입니다. 

 

 

    하완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간신히 대학에 들어갔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를 빼먹으면서까지 강사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또 간신히 직장에 취직했지만 그렇게 앞만 보며 달리는 자신의 인생이 진정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사표를 던졌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그냥 또 쉬면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고 한 것이 오히려 더 성공하게 된 경우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열심히만 살지 말고 쉬엄쉬엄 가라고 말해줍니다. 

 

 

    좋은데 뭔가 불편합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게 우리 대부분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책에 실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조난 당한 한 남자가 튜브를 잡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똑같이 조난 당한 한 여자가 튜브를 붙잡고 헤엄쳐 옵니다. 그들은 나란히 바다 위에 떠서 둥둥 떠 있는 맥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눕니다.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눈 후, 다음 날 여자는 어딘가 있을 섬을 찾아 헤엄쳐 갔습니다. 남자는 그 자리에 남아 계속 맥주를 마십니다. 여자는 이틀 낮, 이틀 밤을 헤엄쳐 어딘가의 섬에 도착합니다. 남자는 그 자리에 남아 술에 취한 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됩니다. 

 

 

    몇 년 후 이 둘은 고지대에 있는 어느 작은 술집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여자는 굉장히 혼란스러워합니다. 자신은 팔이 빠지라 헤엄쳐서 살았는데, 이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살아있다니! 여자는 헤엄치며 남자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살았습니다. 

 

 

    이게 무슨 소릴까요? 노력하지 말라는 뜻일까요? 노력 하나 안 하나 비슷한 상황에서는 안 하는 것도 괜찮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말하면 여자보다 남자가 하늘의 뜻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여자가 섬을 찾은 것도 하느님께서 주신 행운이고, 남자가 구조대를 만난 것도 하느님께서 주신 행운입니다. 아마 속도보다 방향을 확인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어제는 고기를 먹어서 고기가 어금니 쪽에 끼었습니다. 이쑤시개를 찾을 수도 없고 치실로 빼보려 했으나 너무 어금니 쪽이라 치실을 끼우기도 어려웠습니다. 칫솔로 닦아보려 했으나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피까지 나왔습니다. 좀 불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손톱으로 긁어서 빼낼 수 있을 정도로 그 찌꺼기가 옆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잇몸이 부어서 그 찌꺼기를 치아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할 일 중에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그런 시간을 주문하였습니다. 외딴곳에서 쉬라는 말씀은 안식일, 피정, 안식년과 같은 휴식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때 오히려 내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예수님께서 직접 신자분들에게 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저의 욕심을 내려놓는 좋은 시간이기도 하고 더 좋은 다른 것들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며 주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https://youtu.be/KAgI0vvhmeI

유튜브 묵상 동영상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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