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10 조회수2,721 추천수15 반대(0)

2004624일입니다. 교황청에서는 서울대교구를 분할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교구 사목국에 있었습니다.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서 서울대교구는 의정부 지역을 중심으로 경기북부에 있던 지역을 의정부교 교구로 분할하였습니다. 기존의 분할은 속지주의에 따라서 분할된 지역에 있는 사제들이 의정부 교구 소속 사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교구장이셨던 정진석 추기경님은 사제들에게 교구 선택권을 주셨습니다. 의정부 교구 지역에 있던 사제들이 서울대교구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서울대교구 지역에 있던 사제들이 의정부 교구를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목국에 신부님이 10명 있었는데 4명은 의정부 교구를 선택하였습니다. 18년이 지났습니다. 교황청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지역교회의 본분이지만 저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의정부 지역의 본당에서 3년간 본당신부로 지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지역에서 지내는 것이 제게는 신선한 바람을 맞는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의정부 교구가 분할되면서 서울대교구의 사제들에게 그런 기회가 사라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의정부 교구는 지역이 넓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본당 분할이 많아지는데 신생교구인지라 재정적인 여력이 없는 것도 아쉬움이었습니다. 광야에서 지내던 이스라엘 백성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갔듯이, 의정부 교구를 선택했던 사제들이 의정부 교구를 젖과 꿀이 흐르는 교구로 만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1945년 해방된 대한민국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948년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습니다. 올해는 분단된 지 74년 되는 해입니다. 어릴 때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요즘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분단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극한의 이념 대립이 있었고, 전쟁도 있었고, 반목과 불신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권력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무고한 사람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사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남과 북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주영 회장이 소 때를 몰고 북한으로 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예술단이 남한으로 내려오고, 남한의 예술단이 북한으로 가서 공연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도 있었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그 바람은 하노이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정치와 외교의 통일은 어렵겠지만 경제와 문화 그리고 여행의 통일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남한은 이주 노동자가 2백만 명 가량 됩니다. 생각보다 많습니다. 북한의 노동자들이 남한에 와서 일할 수 있으면 북한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남한의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로이 선출되는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려라라는 말씀으로 귀가 먹고, 말을 더듬는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족과 이웃과 소통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나누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귀가 열리고, 입이 열린 사람은 이제 더 빠르고,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귀와 입이 열린 사람은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고, 감사의 마음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찾아오는 많은 병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하십니다. ‘에파타이 말씀은 열려라!’라는 뜻입니다. 어둠 속에 빛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절망 중에 희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고독한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말씀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도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이야기, 희망을 주는 이야기, 위로를 주는 이야기,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남과 북에도 예수님의 에파타가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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