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6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14 조회수3,446 추천수12 반대(0)

8년간 보좌신부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본당신부가 되었을 때입니다. 23년 전인 1999101일입니다. 비가 내리는 아침, 승용차에 짐을 실고 제가 살아야 할 본당으로 떠났습니다. 당시는 의정부교구가 분할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저의 첫 본당 주임신부 부임지는 경기도 파주의 작은 성당이었습니다. 본당신부가 되면서 보좌신부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성당 마당의 잡초도 보이고, 성당 마당을 둘러싼 담벼락의 균열도 보이고, 칠이 벗겨진 성모상도 보이고, 비가 오면 누수가 있는 성당 한 모퉁이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지켜지는 본당의 재정 상황이 보였습니다.

 

주일헌금, 감사헌금, 교무금, 미사예물은 본장 재정에서 수입에 해당합니다. 성당을 운영하기에는 부족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3년 생활하면서 한 번도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습니다. 예전에 근처에서 군대생활을 했다는 분이 후원금을 주기도 했습니다. 성당 누수 때문에 걱정했을 때는 지역 본당에서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여름 가뭄에는 교구 사회복지 단체에서 양수기를 보내 주기도 했습니다. 그저 아이들하고 재미있게 놀고, 농사짓는 곳에 방문하고, 군인들 미사 오면 간식 장만해주고, 도시 성당하고 농산물 직거래하고 3년을 살았는데 아무 걱정 없었습니다. 오히려 혈압이 있었는데 3년 시간이 지나면서 혈압도 좋아졌습니다.

 

2019821일 가톨릭평화신문미주지사를 맡아서 뉴욕으로 왔습니다. 전임 신부님이 열심히 홍보를 해서 재정도 안정적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살림살이도 장만하고, 직원들 복지활동도 하고, 힘차게 신문사의 닻을 올렸습니다. 2020년에 많은 행사를 기획하였습니다. 54명의 순례자와 함께 그리스 터키 성지순례를 가기로 했습니다. LA와 밴쿠버에 신문 홍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버지니아에도 사순특강을 하기로 했습니다. 2월부터 5월까지 대략 잡아도 10곳을 방문하여 신문도 홍보하고, 강의도 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코로나19는 미국에도 도착하였고, 신문사에서 기획했던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도시는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생필품 이외에 가게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성당의 미사도 멈추었습니다. 넉넉하게 느껴졌던 재정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걱정한들 해결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미국 정부에서는 개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신문사에도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습니다. 한숨을 돌리니 이웃이 보였습니다. 함께 힘들어하던 신부님들이 보였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신부님들과 캠핑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하면서 친교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오미크론 때문에 겨우 재개되었던 신문의 홍보가 다시 중단되었지만 이제는 큰 걱정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이끌어 주심을 믿습니다.

 

오늘 제자들도 저와 비슷한 심정이었습니다. 빵이 없다고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빵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 빵 조각을 몇 광주리나 가득 거두었느냐?” 제자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열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빵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에는, 빵 조각을 몇 바구니나 가득 거두었느냐?” 제자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일곱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빵 때문에 걱정하지 말하고 하십니다. 먼저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을 수 있다면, 먼저 나눌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넘치도록 채워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오늘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욕망은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 온갖 좋은 선물과 모든 완전한 은사는 위에서 옵니다. 빛의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욕심을 버린다면,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면 온갖 좋은 선물과 은사는 하느님께서 주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