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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7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19 조회수2,009 추천수8 반대(0)

대통령 후보에게 기자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북한에서 남한을 공격할 징후가 보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 후보는 이렇게 답변하였습니다. ‘만약에 그런 징후가 보인다면 선제타격으로 무력화 시키겠습니다.’ 법을 전공하신 분이라 그것이 법적으로 합당한 것인지는 미리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한 동안 이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연한 답변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민족을 공멸의 길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2003년입니다. 20년 전의 일입니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있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하였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 군인도 많이 사망했습니다. 물론 이라크는 초토화 되었고, 지금도 이라크는 당시 미국 침공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법적으로도 선제타격은 비난받을 여지가 많습니다. 선제타격은 미국처럼 거리가 멀고, 압도적인 화력의 차이가 있어야 그나마 효력이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너무 가까이 있습니다. 선제타격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입니다. 국지전을 넘어서 전면전으로 발전하여, 모두가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 할 것입니다. 정의와 공정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의와 공정은 옳고 그름을 놓아버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어릴 적의 기억입니다. 친한 친구 석훈이와 사소한 말다툼으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석훈이는 저의 목을 조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저는 친구의 급소를 잡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눈물을 흘리면서 목과 급소를 조였습니다. 지친 우리는 서로 조이던 손을 풀었습니다. 눈물도 멈추고 예전처럼 웃으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습니다. 그 후로는 다툴 일이 있었어도 서로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너무 아픈 추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였던 저와 친구도 싸움은 서로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이미 72년 전에 전쟁을 경험했습니다. 전쟁 기간 국군 사망자는 137899명에 달합니다. 부상자는 45742, 포로는 8343명이었습니다. 전쟁 기간 북한군 사망자는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기준으로 52만 명에 달하며 실종자·포로는 12만 명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남한 지역 민간인 사망자는 244663명에 달합니다. 전쟁 기간 남한 지역의 가축 피해는 소 198889마리, 돼지 359590마리, 2083580마리에 달했으며 주택 피해도 612636채나 됐습니다. 다시 남과 북이 전쟁을 한다면 엄청난 피해는 물론이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물려 줄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은 우리 시대에서 끝을 내야 합니다.

 

저는 기자의 질문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의 공존과 발전을 위한 대책이 있습니까?’ 만약에 같은 기자의 질문을 받았을지라도 후보의 답변이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발생하지 않도록 남과 북의 관계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발생하지 않은 일을 가정해서 힘을 낭비하기 보다는 민족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방안을 후보들이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 민족이 가야할 방향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신앙인이 가야할 방향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시기와 질투로 다윗을 죽이려고 왔던 사울을 용서합니다. 사울이 하느님께 기름부름 받은 왕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사울을 선제타격하지 않았지만 하느님께 기름부름 받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어리석어 보이는 다윗의 행동이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결정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용서와 자비는 십자가를 넘어 부활이 되었습니다. 남과 북이 긴장과 갈등, 대결과 분쟁을 넘어서 이해와 협력, 평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나라, 문화강국,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분쟁과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군사분계선은 생태계와 환경이 보존된 국제적인 관광지가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후보들의 정책과 미래비전에 큰 시금석이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이런 삶이 흙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삶을 뛰어넘어 영으로 거듭나는 삶이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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