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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7주일 [오늘의 묵상] (정천 사도요한 신부)
작성자김종업로마노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20 조회수1,373 추천수2 반대(0) 신고

 

2월 20일 일요일 연중 제7주일

 

 

2022년 02월 20일 일요일

 

연중 제7주일 [오늘의 묵상] (정천 사도요한 신부)

 

오늘 복음을 듣고 있으면이 계명들을 지키며 사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묻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저주하는 자를 축복해 주고학대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고,

뺨을 때리면 다른 뺨을 내밀고겉옷을 가져가면 속옷까지 내주라고 하십니다.

심지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원수’(怨讐)란 자기나 자기 집안에 어떤 중대한 해를 끼쳐 깊은 원한이 생긴 사람을 뜻할 텐데,

이런 자를 우리가 어떻게 용서까지는 해 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정말 사랑까지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비상식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는 그 근거로 아버지 하느님께서 지니신 자비와 사랑을 제시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곧 하느님께서 그러하시기에 그분의 자녀이기를 바라는 우리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 자체로 정의한 요한 서간의 저자도 이 점을 명확하게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1요한 4,11).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느님께서 본디 그러한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자비와 사랑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더라도 이는 어쩔 수 없는 그분의 속성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계명들은

사실 하느님의 행동에서 그 주체가 우리로 바뀐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신께 원수와 다름없는 이를 사랑하시는 분이시고,

당신의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똑같이 인자하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결국 오늘 계명은 당신 자녀들이 당신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를 바라시는 아버지의 호소인 셈입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신앙인들은 아버지를 닮은 사람이고 또 닮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버지를 닮으려는 자녀의 노력을 보시는 하느님께서는,

겨자씨만큼 작은 우리의 사랑을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는 나무만큼 성장시키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생명의 말씀

 

우리는 참 가톨릭적인 사람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황금률이라 합니다.

그리스도교를 포함한 많은 종교들이 전하는 종교적인 가르침일 뿐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입니다.

선을 행하고악을 피하라.’와 더불어 사회 문화적 가치 그리고 윤리를 긍정하는 모든 이에게 행위의 근원

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함께 사는 삶을 이해하는 평범한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며 간직하려는 보편적인 가르침입니다.

보편성을 지닌 황금률은 시간장소문화민족의 한계가 없습니다.

기간 한정지역 한정인물 한정 없이 소중한 가르침으로 지켜져 왔습니다만그 실현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 현실적 가르침이 논어 공야장(公冶長)편에서 공자와 자공의 이야기로 전해 옵니다.

자공이 말합니다. 남이 나에게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나도 남에게 그것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스승님이 말씀하십니다사야네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안도감이 몰려옵니다.

이 글을 발견하고 또 다른 보편성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황금률에 담긴 보편적인 가치를 모두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모두가 보편적으로 실현하지 못한다는 그 보편성에 안도합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어마땅한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는 현실에 부끄러운 마음을 나만 갖고 사는 것이 아니었어.

가르침의 현실을 나만 못 사는 것이 아니었어.’ 현실이그렇습니다.

좋은 가르침이고당연한 말씀이며마땅히 그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남에게 내가 바라는 그대로 해 주고 착한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내가 바라는 대로 남이 해 주어야 하고 남들이 나에게 착한 일을 해 주기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황금률의 반작용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보편적인 황금률뿐 아니라 종교적 윤리를 대하는 마음도 비슷합니다.

사람은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내 뺨을 때리면 나도 때립니다.

내 것을 가져가면 경찰에 신고합니다예수님은 그러지 말라 하십니다.

미워하는 사람에게 사탕 하나 더 주고뺨을 때리면 지갑도 내주며,

내 것을 가져가면 덤으로 더 주라고 하십니다.

그 말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유치부 때부터 주일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합니다그렇게 다시금 우리의 보편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보편적인 가치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아주 보편적인 모습으로 그 보편성을 살지 못합니다.

나만 그런 거 아닙니다알고 보니 옆 사람도 그렇습니다건너편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아십니다우리가 아주아주 보편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스도교인 역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오늘 복음 말씀을 건네시는 겁니다.

잘하고 있으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해보라고잘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래도 해 보라고잘 좀 해 보라고.

그렇습니다잘 안 되는 거 아는데도 해보려 애쓰는 것이 보편적인(catholic) 신앙인의 보편적인 일상입니다.

 

김한수 토마스 신부 종로성당 주임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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