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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하느님의 시계는 아주 천천히 돌아갑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02 조회수1,171 추천수7 반대(0) 신고
평소 너무 바빠 미처 보지 못했는데,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목에 기가 막힌 명당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 지금은 관리가 전혀 안 된 상태입니다. 잡목에, 가시덤불에, 키가 허리만큼 오는 잡초에...그래서 톱과 낫을 들고 열심히 정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벚꽃이며 수선화가 필 무렵에는, 저희집을 찾는 피정객들이 바다가 지척인 명당자리, 키 큰 소나무 아래 설치된 평상에 앉아, 차도 마시고 기도도 할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잡목과 잡초 제거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가시덤불이 사람을 괴롭힙니다. 자칫 방심하면 가시에 찔리고, 손과 팔에 생채기가 나곤 하니, 아주 조심조심 가시덤불부터 제거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면서, 제 안에 잔뜩 도사리고 있는 가시덤불들, 이번 사순시기 말끔히 제거해야 할 가시덤불들은 어떤 것들인지 묵상해봅니다.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가시덤불들을 없애버리지 못한 채, 불편한 상태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따끔따끔 찌르니 두려움도 큽니다. 가시덤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지나친 욕심은 금물입니다. 이번 사순시기 동안 하루에 한 줄기씩 차근차근 내 안의 가시덤불을 제거해나가자고 다짐해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사순시기는 하느님께로 돌아 서는 기간입니다. 신명기에서 모세는 약속의 땅에 도달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하느님께 돌아섬을 강조합니다. 모세의 눈을 크게 거스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렇게 주의를 줘도 또다시 이방신에게로 한눈을 파는 우상숭배자들이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시계는 참으로 느리게 돌아갑니다. 하느님께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하셨지만, 속전속결로 이루어지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40년의 광야 생활을 겪게 하신 후, 그들을 단련시키시고 정화시키신 후, 마침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급했습니다. 당장 이번 달 안으로, 늦어도 올해 안으로,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눈감기 전에 약속의 땅에 발을 들여놓을 것을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그러나 광야 생활은 계속되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사람들은 눈을 돌립니다. 당장, 순식간에 청을 들어줄 것 같은 이방신에게로 말입니다.

 

하느님께 돌아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세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느님께 돌아선다는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께 간절히 매달린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체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인생에 단1도 도움이 되지 다양한 매체들, 거짓 미디어, 가짜 뉴스를 보고 듣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정작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데는 너무나 인색합니다.

  

오늘 우리는 과연 무엇에 매달리고 있습니까? 천박한 자본주의, 극단적 물질만능주의가 온 나라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돈이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조금이라도 하락세를 보이면, 세상 다 잃은 표정을 짓습니다. 오늘 우리는 돈이라는 이방신에게 깊이 빠져있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다시금 제반 사항에 대한 가치평가가 다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첫 자리에 두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것인지? 조금 뒤로 물러나도록 조정해야 할 대상은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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