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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6.“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05 조회수1,176 추천수3 반대(0) 신고

 

루카 4, 1-13(사순 1주 주일)

 

사순 첫째 주일을 맞았습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두 개의 ‘신앙고백’과 함께 ‘참된 신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는 선택받은 백성의 신앙고백이요, <제2독서>는 그리스도 신자들의 신앙고백입니다. 곧 전자는 이스라엘 백성이 햇곡식을 봉헌하면서 주님께서 자신들을 이집트 땅에서 해방시키고 좋은 땅을 주셨다는 신앙고백이요, 후자는 우리의 구원이 ‘바로 우리 곁에 우리의 입과 마음에 있다’는 <신명기>(30,14)의 말씀을 통해,율법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은총을 통해 구원이 온다는 신앙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음>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의 유혹받으신 장면을 통하여, 앞의 두 독서에서 고백하고 있는 ‘신앙’의 핵심을 보여주십니다. 곧 오로지 아버지께만 신뢰와 의탁을 두는 신앙의 행위를 통해서, 믿는 이들이 어떠한 처지에서도 구원의 길을 갈 수 있는 해답으로 제시해줍니다. 곧 유혹을 이기신 인간 예수님의 모습은 모든 인간이 닮아야 할 가장 모범적이고 완전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사실, “광야”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겠다고 약속한 곳이요, 오롯이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요,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호세 2,16-18). 또 불모의 황폐한 사막이요 유혹받은 장소이기도 하지만, 야곱을 아껴주신 곳이요(신명 32,10), 이스라엘 백성을 보살펴주고 인도하신 곳이요(신명 2,7;8,15;느헤 9,18-19), 시험의 장소이기도 하지만(신명 8,2), 예언자들이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요(1열왕 19,4), 사랑을 알게 하시는 장소이기도 합니다(예레 2,2-3). 또한, 광야는 현실적으로 우리 삶을 뒤흔드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의 이 세상이요, 우리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시며 기도하셨습니다. 마침내 허기지셨던 예수님은 쇄약해지셨고,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상태에 처했습니다. 가장 허약한 순간을 노려 악마의 끈질긴 유혹은 시작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유혹을 피하시지 않으시고 정면으로 돌파하십니다. 아니, 역설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유혹은 하느님의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라는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곧 물질적 유혹, 빵에 대한 유혹, 필요와 효용성, 소유와 능력에 대한 유혹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루카 4,4)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육신을 살리는 물질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말씀을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요.”라는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곡 영적, 신앙적 유혹, 권력에 대한 유혹, 지배와 권위, 존경에 대한 유혹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루카 4,8)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우상을 믿고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속한 이로서 그분만을 섬기고 믿으라는 말씀, 곧 믿음과 사랑과 희망을 하느님께 두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다시 “성전 꼭대기에서,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는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곧 정신적 유혹, 영예에 대한 유혹, 과시와 인기, 교만과 허영, 영웅주의에 대한 유혹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주 너희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루카 4,12)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허영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하느님께 두고 그분의 뜻 이루어지기를 바라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유혹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악마는 무엇을 노리고 다가왔던 것일까?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예수님을 하느님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루어야 할 사명을 방해하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버지를 위하여 온전히 헌신하셨습니다.

이토록, 광야에서의 유혹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삶을 제시해줍니다. 곧 이 사건은 우리를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신비로 이끌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술이나 기적으로 이 세상을 구원하지 않으시고, 말씀을 통해서 믿음으로 유혹을 이기시고, 사랑으로 사명의 길을 가셨으며, 아버지의 뜻에 희망을 두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도 예수님의 이 헌신에 힘입어, 결코 그 누구도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자 누구입니까? 환란입니까? 궁핍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이 모든 일에서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에 힘입어 이기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생명도 천사도 주권도 다른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 35-38).

아멘.

 

 

 

-오늘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루카 4,4)

 

주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살게 하소서.

나의 필요보다 타인의 필요를 먼저 헤아리고

소유하기보다 소유당할 줄을 알게 하소서.

무엇이 유익한가보다 그것이 사랑인가를 보게 하시고

능력을 가지기보다 가진 능력을 사랑으로 쓸 줄을 알게 하소서.

당신으로부터 떼어 놓는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있게 하시고

당신의 사랑에 힘입어 말씀으로 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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