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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1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06 조회수2,122 추천수13 반대(0)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형제들이 무탈한 것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것입니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입니다. 저는 군자삼락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형제들과는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하늘은 물론, 양심을 비추어도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 깨달음에 이르지도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3가지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을 가까이해서 읽는 즐거움입니다. 산보하면서 기도하고, 강의를 듣는 것입니다. 부르클린 한인 성당에서 2년째 미사를 하는 것입니다. 사순시기를 지내는 신앙인에게 3가지 즐거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교회는 3가지 즐거움을 이야기합니다. 단식과 절제를 통해서 주님의 수난과 고통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자선과 희생을 통해서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기도와 회개를 통해서 키레네 사람 시몬처럼, 베로니카처럼 주님 십자가의 길에 함께 하는 것입니다.

 

요즘 2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지구의 짧은 역사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입니다. 하나는 45억년 지구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스턴과 영국의 런던이 1년에 2,5센티씩 움직여서 1억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2500킬로 떨어져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맨틀 위에 떠있는 지각이 화산과 지진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섭입의 과정을 통해서 지각이 맨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새로운 지각이 생긴다고 합니다. 짧은 우리의 생에서는 느낄 수 없지만 우리의 별도 태어나고, 자라고,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마음,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마음과 생각을 따라서 움직이지만 마음과 생각 너머에 진정한 자아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자아는 존재와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자아를 만난 사람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정한 자아를 만난 사람은 지복직관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진정한 자아를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짧은 지구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성찰을 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온 우주와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독서는 진정한 자아를 찾은 사람이 가는 길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니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하느님을 섬기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살인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도둑질 하지 않고, 거짓증언하지 않고, 남의 아내를 탐하지 않고, 남의 재산을 탐하지 않습니다. 공정과 정의를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자아를 찾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식별하는 기준을 이야기하십니다. 지금 가장 굶주리고, 가장 헐벗고, 가장 아픈 사람을 따듯하게 품어주는 사람은 진정한 자아를 찾은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지금 가장 굶주리고, 가장 헐벗고, 가장 아픈 사람을 외면하는 사람은 진정한 자아를 만나지 못하고 하느님과 멀어지는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32년 전입니다. 술에 취해서 길에 누워있던 사람을 보았습니다. 추운겨울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본당 신학생과 함께 남자를 부축해서 택시에 태웠습니다. 택시기사가 함께 가길 원했습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남자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술에서 깬 남자가 우리를 오해하고 욕을 했지만 남자의 가족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서는 눈이 내렸습니다. 그때 함께 했던 신학생들은 모두 사제가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진정한 자아를 만났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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