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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자비하신 주님께서 우리 국민들에게 잘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08 조회수1,051 추천수4 반대(1) 신고

예언자로 불림받은 요나가 요리 조리 도망다니다가, 마침내 주님의 손아귀에 잡혀 최초로 파견된 도시는 당대 잘나가던 도시, 최강대국의 수도 니네베였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면서 니네베 성안으로 들어가는 요나 예언자의 모습이 참 딱해 보입니다.

 

성안으로 들어가 하룻길을 걸은 요나 예언자가 마침내 이렇게 외칩니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예언서 3장 4절)

  

니네베 사람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요나 예언자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외쳐본들 뭐하겠어? 귀 여겨 듣지도 않을 니네베 사람들인데...그래도 주님께서 외치라 하시니, 일단 한번 외쳐나 봐야겠다. 안 그러면 주님께서 내게 또 어떤 끔찍한 조치를 취하실지 모르니...’

 

그런데 정말이지 뜻밖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니네베 사람들이 요나 예언자의 말을 귀담아 들은 것입니다. 그들은 단식을 선포했습니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자루 옷을 입었습니다. 왕도 왕좌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자루 옷을 걸친 다음 잿더미 위에 앉았습니다. 

 

그런 니네베 사람들의 모습을 주님께서 보셨습니다.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그들의 모습에 마음을 돌리시고 재앙을 거두셨습니다.

  

그러나 한번 회개해서 용서를 받았던 니느베는 기원 전 612년, 자취도 없이 이 지상에서 사라졌습니다. 멸망의 이유는 아시리아 제왕들의 잔혹함 때문이었습니다. 교만과 사악함, 사치와 게으름에 빠져 있던 아슈르바니팔 왕은 연합군이 바빌로니아를 앞세우고 쳐들어오자 궁에 불을 질렀습니다. 궁녀와 시종들 그리고 자신까지 불길 속으로 내던지며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습니다.

 

본 선거일을 앞두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합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아시리아 왕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교만하고 그릇된 지도자, 폭력적이고 몰상식한 지도자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로 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루카 복음 11장 29절) 이 세상 안에는 악과 선이 반드시 공존합니다. 현대 정치사 안에 뼈아픈 아픔을 체험했던 우리들입니다.

  

그저 자기 주머니 속 채우는 데만 혈안이 된 사기꾼이나 세상 물정 하나도 파악 못하는 모지리를 지도자로 뽑아놓고 통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비전이나 청사진이 아예 없다 보니 임기 내내 허수아비처럼 살았던 사람, 애초부터 도둑 심보를 지녔기에 국토 전체를 파괴시킨 사람으로 인해 10년 세월 뒷걸음친 게 불과 얼마 전입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 잠을 설칩니다. 누군가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럽고 위태위태한 시기, 밤낮없이 회의를 소집하고, 머리 맞대고 고민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런데 몸에 밴 습관이 어디 가겠습니까?

  

당면한 과제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머릿속에 든 게 거의 전무(全無)하니, 언제나 주변 간신배들에게 휘둘리고, 그저 밤이면 밤마다 패거리들 잔뜩 모아 폭탄주를 돌리고,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는 무속인들 불러들여 자문을 구하고, 굿판을 벌이고...참으로 끔찍합니다.

  

아무쪼록 자비하신 주님께서 우리 국민들에게 잘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는 안되겠지요. 그저 말이 통하는 상식적인 지도자, G7이나 G20 같은 정상회담에 참석했을 때, 부디 나라 망신 시키지 않을 지도자, 선제 타격이니 뭐니 하면서 전쟁의 위기나 갈등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는 평화주의자, 사분오열된 대한민국을 잘 조율하고 통합하는 지혜로운 지도자를 원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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