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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1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11 조회수1,905 추천수9 반대(0)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병을 앓아본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코로나에 걸렸던 분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은 그 느낌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격리에 따른 소외감은 어떤지, 꼭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아쉬움은 어떤지, 가족이나 이웃에게 감염시킬지 모른다는 걱정에 가슴 졸이는지 모릅니다. 후배 신부님이 코로나 확진으로 5개월을 고생했다고 합니다. 신자들의 기도와 사랑을 깊이 느꼈다고 합니다. 코로나 확진 환자를 방문할 때도 두려움이 없었다고 합니다.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었고, 함께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같은 고통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사기(史記)’는 사마천이 쓴 역사책입니다. 방대한 내용과 철저한 고증으로 유명합니다.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하지 않고 인물, 사건, 제도, 경제 등을 중심으로 서술하였습니다. 사기에 여러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 비극적인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사마천의 삶 역시 비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마천은 바른 말을 했지만 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과 궁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마천은 궁형을 선택하였고, 평생 부끄러움을 간직한 채 살았습니다.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궁형을 선택한 이유는 필생의 과업인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삶의 순간에 운명처럼 고통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런 고통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은총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는 전례에 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성대한 초는 부활성야에 밝히는 부활초입니다. 사제는 부활초를 축성하면서 그해의 연도를 표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시작이며 마침임을 표시합니다. 사제는 부활초를 들고 행진을 하며 성당 안에 있는 교우들은 모두 부활초에서 불을 얻어 초를 밝힙니다. 전례에서 초를 사용하는 이유는 초가 가지는 3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의 3가지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희생입니다. 초는 자신을 태우면서 어둠을 밝혀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셨습니다. 서품식에 초를 드는 것도, 종신서원에 초를 드는 것도 바로 이런 희생의 삶을 위한 다짐입니다. 교회는 화려한 건물과 조직 때문에 2000년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모든 것을 바친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2000년 역사를 이어온 것입니다.

 

둘째는 나눔입니다. 초는 아낌없이 자신의 불을 다른 초에 전해줍니다. 그래도 초의 빛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부활초에서 전해지는 불은 성당 안을 환하게 하지만 부활초는 그대로입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배불리 먹었지만, 물고기와 빵은 오히려 많아졌습니다. 성체성사는 나눔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세포가 자신의 양분을 나누지 못하면 암세포로 변하게 됩니다. 세포는 자신의 양분을 나눌 때 건강한 몸이 됩니다. 셋째는 빛입니다. 아무리 깊은 어둠도 작은 촛불을 이길 수 없습니다. 촛불이 있는 것만으로도 어둠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의 빛이라고 하였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이 빛은 생명을 주고, 이 빛은 희망을 주고, 이 빛은 지혜가 되었습니다. 풍랑에 휘말리는 배가 멀리 빛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가 이웃에게 희망의 빛, 사랑의 빛, 믿음의 빛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완전한 사람이 되십시오.”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하느님의 영광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완전함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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