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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16 조회수1,879 추천수13 반대(0)

조선에 선교사로 파견 왔던 프랑스 외방 선교회 사제들의 편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선교사들은 조선 신자들의 뜨거운 신앙을 보았습니다. 교우촌으로 가면 모든 신자들이 나와서 고백성사를 보았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하며 성체를 받아 모셨습니다. 선교사가 다른 곳으로 가면 마을 어귀까지 모두 따라 나와서 배웅하였습니다. 차마 발걸음을 때지 못하고 뒤돌아서면 신자들은 마치 주님께서 다시 오신 것처럼 기뻐하였습니다. 선교사들도, 신자들도 함께 울면서 아쉬움의 작별을 하였습니다. 비록 가난했고, 배우지 못했고, 깊은 산중에 숨어 지냈지만 주님을 신뢰하였기에, 주님의 뜻을 따르면서 살았기에 조선의 신자들은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고난이 닥쳐와도, 박해의 순간에도 두려움 없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사제를 그리워하는 신자들을 보면서 선교사들은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해의 칼끝이 눈앞에 왔어도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고 합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가난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언어가 다른 것도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디딤돌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인 성당은 사제가 한국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이동에 따라서 전임 사제가 떠나고 후임 사제가 오면 되지만 코로나로 비자 업무가 늦어지면서 몇 달씩 사제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임 사제가 오지 못해서 걱정하는 공동체를 보았습니다. 제게 찾아왔지만 저는 이미 다른 공동체의 미사를 도와 드리고 있기 때문에 직접 도와 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수도회 신부님들과 연락이 되었고, 공동체는 주일 미사를 지낼 수 있었습니다. 수도회 신부님들도 매 주일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고, 거리도 멀어서 어려워하였습니다. 다행히도 근처 대학에서 유학 중인 사제가 있었습니다. 유학 중인 신부님과 공동체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였고 공동체의 사정을 알게 된 신부님은 기꺼이 미사를 도와 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유학 중인 사제가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차가 없는 신부님이 성당으로 이동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신앙의 기준으로 보니 모든 것이 원활하게 해결 되었습니다. 신부님의 논문을 도와 드릴 전문가가 있었습니다. 전임 신부님이 이용하던 차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한 사람은 물가에 심어진 나무와 같아서 푸른 열매를 맺고,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것을 따르고, 욕심을 따라 사는 사람은 하느님과 멀어질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오늘의 복음은 신앙인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외로운 이들, 굶주린 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부자는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 주는 필요한 요소이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교회에 다니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 형제들의 발을 씻겨 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의 실천이 함께 할 때, 우리는 교회를 통해서 구원을 받을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다 채우는 것입니다. 자유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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