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 제3주일 [오늘의 묵상] (정진만 안젤로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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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업로마노 | 작성일2022-03-20 | 조회수958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2022년 03월 20일 일요일 [자] 사순 제3주일 [오늘의 묵상] (정진만 안젤로 신부)
오늘 복음의 중심 주제는 ‘회개’입니다. 회개를 촉구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미 루카 복음 12장에서 시작된 군중과 또 제자들과 나누신 대화와 연결되어 절정을 이룹니다. 특별히 깨어 기다리라는 종말론적 위기에 대한 경고(12,16-21.35-48 참조)는 화해(12,57-59 참조)와 회개에 대한 촉구(13,2-5 참조)로 이어집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에서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13,6-9 참조)를 통하여 ‘회개’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와,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행한 빌라도의 잔혹한 행위를 보고합니다. 그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일부 갈릴래아 사람들의 죽음이 예수님께서 이미 경고하신 심판의 결과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지적하십니다. 빌라도에게 죽임을 당한 갈릴래아 사람들이 갈릴래아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죄를 지어 참혹한 운명을 맞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로암에 있던 탑 아래 깔려 죽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의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질러 갑작스럽게 죽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두 가지 비극적 사건을 통하여 아직 살아 있는 이들에게 회개하라고 촉구하십니다. 마지막 때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12,20 참조). 누구든지 죽음에 갑작스럽게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 자신의 생명도 내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회개로써 열매를 맺는 삶입니다. 지금이 바로 회개의 때입니다.
(정진만 안젤로 신부)
생명의 말씀(3.20. 서울주보)
호의호식(好衣好食)합니다, 덕분에
한국 영화 <기생충>이 각종 영화제에서 호명됩니다. 우와…. 유엔 회의장이 BTS의 공연 무대가 됩니다. 우와….어느 순간 영화, 음악, 음식 등 K-컬처가 지구인들의 호평을 받습니다. 우와…. 문화적 생산과 성장에는 한눈을 팔지 않고 평생을 반듯하게 문화 소비자로 살아온 입장이지만 괜한 자부심이 피어오릅니다. 그들의 남다른 예술적 감각이 자신의 민족적 성향과 언어적 동질성에도 녹아 있는 것처럼 우쭐합니다. 덕분에 어깨에 힘들어 갑니다. . 이천백사십육(2,146)명. 작년 한 해 동안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수의 추정치라 합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다 죽는 이들이 그렇게나 많습니다. 지인을 통해 부음을 전해 듣기도 하지만, 주변에 일하다 다치고 죽는 이들을 직접 마주 대할 일이 흔치 않기에 그러한 죽음은 비현실적인 숫자로만 다가옵니다. 새벽 시간 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에(덕분에) 심란해집니다. 기생충을 다시 호출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회충약으로 상대해야 하는 그 존재의 삶을 불러냅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봅니다. 자기반성의 이성적 능력을 갖춘 기생충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숙주를 향한 무한 감사와 애정이 솟아납니다. 나는 당신으로 말미암아 살아갑니다(기생, 寄生). 숙주의 노고덕분에 불로소득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만수무강하세요. 당신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나도 자기반성을 해 봅니다. 맑은 정신으로 이 쾌적한 생활을 떠올려 봅니다. 당연히 무한 감사와 애정이 솟아납니다.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寄生). 전염병이 창궐 하는 이 시대에도 방역과 의료에 애쓰는 이들 덕분에 건강히 지냅니다. 물건이든 음식이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속배달해 주시는 분들의 수고 덕분에 여전히 모자람 없이 살아갑니다. 다른 이들의 수고와 온갖 좋은 것이 가득한 세상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의 숙명을 그렇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아갑니다. 여러분 덕분에 살아가지요. 여러분도 여러분 덕분에 살아가지요? 누군가의 노고와 희생에 기대어 우리는 살아갑니다(寄生). 우리들 서로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갑니다(공생, 共生). 우리 모두 덕분에 살아갑니다. 혼자 잘난 척 살아갈 수 있습니다만 혼자서는 못 삽니다. 잘난 척 혼자 살아가기보다는 덕분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덕분이라는 마음이 서로에게 확장되는 인식의 변화를 살고자 합니다. 그러한 변화를 모색하는 때가 사순 시기입니다. 생각의 변화 혹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권고하시는 회개(悔改)입니다. 생각의 틀, 일상의 태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루카13,3)이라는 예수님 권고에 멈칫하게 되는 사순 제3주일입니다. 다시 새롭게 기도, 자선, 단식을 통한 회개 의 여정, 변화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김한수 토마스 신부 | 종로성당 주임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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