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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3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0 조회수1,741 추천수9 반대(0)

신앙생활에 필요한 덕목들이 있습니다. 복음삼덕으로는 정결, 청빈, 순명이 있습니다. 향주삼덕으로는 믿음, 희망, 사랑이 있습니다. 깊은 지하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있어야 합니다. 펌프에 마중물을 넣고 손잡이를 움직이면 마중물은 지하의 물을 불러오게 됩니다. 복음삼덕과 향주삼덕이 내 삶을 통해서 드러나기 위해서 필요한 마중물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갈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혈하던 여인은 병을 고치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갈망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여인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죄인으로 비난받던 자캐오는 새롭게 살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습니다.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빚진 것이 있다면 4배로 갚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의 갈망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집은 구원 받았습니다.’

 

1999년 처음으로 본당신부가 되었습니다. 매 주일 약수터에서 물을 떠오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성당에서 주보도 정리하고, 신자들과 알콩달콩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마르타처럼 외적인 활동은 많이 하였지만 연극이 끝나고 텅 빈 객석에 남아있는 배우처럼 신자들이 떠난 성당에 있으면 허전했습니다. 모임을 만들어서 술도 마셨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적인 메마름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신학교에서 매 주일 기도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본당에서 신학교까지는 왕복 200킬로가 넘었습니다. 신학교에서 한 시간 기도하고, 교재를 읽고 나누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 모임은 영신수련 지도자 모임이었습니다. 하혈하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던 것처럼, 자캐오가 예수님을 집으로 초대했던 것처럼 저는 기도 모임에서 저의 영적인 메마름을 풀 수 있었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베네딕토 성인의 말처럼 기도모임은 저의 사제생활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은 계명을 잘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풍족한 삶을 살았습니다. 율법과 계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에 더 높은 영적인 갈망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교만과 자만 때문에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표징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이 정한 하느님의 법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을 잘 안다고 하는 교만과 자만 때문에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21세기의 교회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교회의 유산을 많이 물려받은 유럽교회와 재정적으로 넉넉한 북미교회의 사정이 그렇게 밝은 것이 아닙니다. 성직자가 부족해서 성당을 폐쇄하기도 합니다. 성소자가 줄어서 사제들의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여유도, 교회의 유산도 갈망이 없으면 영적인 메마름을 채울 수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시리아 장군 나아만은 평생 괴롭혀 오던 나병이 치유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요르단 강에 몸을 담갔기 때문입니다. 나아만도 알고 있었습니다. 요르단 강의 물은 시리아에 있던 다마스쿠스 강보다 수질이 더 좋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처음에는 의심하고 요르단 강에 몸을 담그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병은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믿음을 가졌고 요르단 강에 몸을 담갔습니다. 나아만은 나병이 깨끗하게 치유되었습니다. 강물이 나아만을 치유한 것이 아닙니다. 나병을 고치려는 갈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치유된 것입니다. 한 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믿음의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희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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