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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보다 중요한 것, 보다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0 조회수2,301 추천수3 반대(0) 신고

아람 임금의 장수 나아만은 참으로 특별한 인물입니다. 그가 보인 특별한 처신으로 인해 열왕기는 물론 복음서 안에도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세세대대로 남게 됩니다. 그는 장수로서의 지혜와 용맹함 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인성까지 겸비했던 사람이었기에,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심한 나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나아만은 이방인이었지만 주님께서는 그를 눈여겨보셨습니다. 그의 넘치는 인간미, 그가 지니고 있었던 측은지심과 따뜻한 마음,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미덕을 보신 주님께서는 그의 고통에 적극 개입하셨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그는 가련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침공했다가 홀로 남겨져 있던 어린 소녀를 발견했는데, 나아만은 세상 불쌍한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거두었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아내에게 돌보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나아만은 주변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나병으로 인해 쌩고생하고 있는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던 소녀였습니다. 용기를 내서 엘리사 예언자에게 치유를 청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주인 어르신께서 사마리아에 있는 예언자를 만나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나아만이었다면, 아직 머리 꼭대기 피도 안 마른 것이, 쥐뿔도 모르는 것이, 지가 알면 뭘 안다고 나대냐며 호통을 쳤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아만의 태도를 보십시오. 즉각적으로 수용합니다. 나아만이 임금에게 소녀의 제안에 대해 말을 건네자 그는 이스라엘 왕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친서까지 써서 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는 여기서 꽤나 꼬이기 시작합니다. 이스라엘 임금은 아람 임금의 편지를 읽고 나자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괜한 시비를 거는 것으로 여기고 길길이 뛰며 대노한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아만이 엘리사의 집 대문 앞에 도착했는데, 또다시 반전이 거듭됩니다. 엘리사 예언자가 당장 뛰어나와 엄청난 치유 의식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문밖으로 얼굴도 내밀지 않았습니다. 심부름꾼을 시켜 이런 말을 전하는 것입니다.

 

“요르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십시오. 그러면 새살이 돋아 깨끗해질 것입니다.”(열왕기 하권 5장 10절)

  

엘리사 예언자가 보여준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아만은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투덜거리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때 지혜로운 부하들이 나아만을 달래며 제안합니다.

  

“아버님, 만일 이 예언자가 어려운 일을 시켰다면 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는 아버님께 몸을 씻기만 하면 깨끗이 낫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상황에서 제가 나아만이었다면 한번 빈정이 크게 상했고,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었으니, 벼락같이 화를 내며, 죽었으면 죽었지, 그럴 수는 없다며 외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나아만은 마음의 불길을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부하들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성질대로 확 저질러버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행동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 보다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의지를 굽힙니다.

 

엘리사 예언자의 제안에 따라 요르단강으로 내려가 한 번, 두 번...일곱 번이나 몸을 담갔습니다. 결국 아랫사람들의 목소리라 할지라도 주의 깊게 경청하고 고민하는 나아만의 열린 마음이 그를 구원합니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열왕기 하권 5장 15절)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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