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4 조회수2,258 추천수9 반대(0)

아들과 함께 오미크론에 걸린 자매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부의 방침대로 1주일간 격리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자매님은 오랜 만에 아들과 하루 3끼를 함께 먹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어릴 때는 같이 밥을 먹었지만 아들이 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같이 식사할 일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미크론 덕분에 아들과 같이 지낼 수 있었고, 대화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외출을 하지 못하니 냉장고에 있는 음식도 모두 정리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아들은 몸무게가 2킬로 늘었는데 자매님은 오히려 2킬로 줄었다고 합니다. 같이 격리를 했지만 엄마는 아들을 위해서 음식도 장만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지냈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되신 저의 어머니도 그러셨습니다. 제가 유행성 출혈열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입원한 날부터 퇴원할 때까지 병원에서 저와 함께 계셨습니다.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어머니는 기꺼이 저를 대신해서 아프셨을 겁니다. 처음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입니다. 주방 자매님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3년 동안 저를 위해서 저와 함께 지냈습니다. 아버님도 3년 동안 혼자 계시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였습니다. 어머니의 뜻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예전에는 성모 영보 대축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하느님의 뜻을 전해들은 것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가 잉태할 것이라고 예고하였습니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 인한 것이라고 예고하였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예수라고 예고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응답하였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의 응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는 구원자 예수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교회는 마리아의 평생 동정, 마리아의 원죄없는 잉태, 마리아의 승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믿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삶은 고난과 고통의 삶이기도 합니다. 시메온으로부터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습니다. 어린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가야 했습니다. 어린 예수를 성전에서 잃어버렸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보아야 했습니다. 예수님을 시신을 가슴에 안아야 했습니다. 예수님을 무덤에 묻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공경하는 성모 마리아이 삶이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궁궐에 살던 헤로데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율법과 지식에 정통한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의 힘과 권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100살에 이르는 아브라함을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가 드러났습니다. 시골의 목동인 다윗을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가 드러났습니다. 나이 많아서 아이를 가지지 못했던 엘리사벳이 하느님의 자비를 얻었습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던 나자렛의 마리아에게서 하느님의 자비가 드러났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으려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은 이름 없는 날에 봄이 오듯이, 이름 없는 꽃에 향기가 나듯이 우리의 삶을 통해서 드러날 것입니다. 주님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면서 최민순 신부님의 두메꽃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