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26 조회수2,106 추천수7 반대(0)

처음으로 본당신부가 되었을 때입니다. 의욕은 넘치는데 함께 하는 신자들이 적었습니다. 평일미사에는 5명 나온 적이 있습니다. 많이 나오면 10명 남짓이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후에 성당에 나오지 않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유는 있었습니다. 집중 호우로 피해가 컸습니다. 성당에서 피해자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실수로 보상에서 제외된 분들이 있었습니다. 실수와 오해는 큰 상처가 되었고, 그런 분들은 성당과 멀어졌습니다. 가정방문을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었고, 새로 온 신부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삼계탕과 칼국수를 하는 유 가브리엘 형제를 만났었습니다. 지난 일들은 잊어버리고 함께 하자고 부탁하였습니다. 다음 주에 성당에 나왔고, 남아 있는 분들이 기쁘게 맞이하였습니다.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교포사목 본당에서도 성당에 나오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본당 이전이나, 증축과 같은 결정에서 의견이 나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신자들 간의 반목과 불신 때문에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본당 신부의 사목방침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교포사목 본당에서 새로 부임한 사제는 가정방문을 통해서 성당에 나오지 않는 분들의 마음을 여는 것도 중요한 사목입니다. 마음이 열린 신자들이 성당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나가는 것이 사목자의 보람이기도 합니다. 사순시기에 성당에서 멀어진 분들, 하느님을 떠나 있는 분들을 성당으로 모시고 오는 것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비유입니다. 렘브란트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집을 떠나고 싶어 했습니다.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청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똑같이 유산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탕진하였습니다. 방탕한 생활로 건강도 상하였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유산 중에 희망은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빈털터리 거지가 된 둘째 아들은 아버지 집에 대한 희망을 품고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둘째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아버지는 멀리서 오는 둘째 아들을 보았고, 마당으로 나가서 둘째 아들을 받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잔치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살진 송아지를 잡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의 유산을 받았지만 세상으로 나가지 않았던 큰 아들은 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큰 아들은 동생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동생을 위해서 잔치를 벌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큰 아들은 아버지처럼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불평하였습니다. 불평의 이유는 잔치였습니다. 돌아온 동생을 위해서는 잔치를 벌여 주었지만, 아버지의 집에서 열심히 일한 큰 아들을 위해서는 잔치를 벌여주지 않았다고 불평하였습니다. 큰 아들에게 동생이 무사히 돌아온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큰 아들은 몸은 아버지의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세상의 것들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율법과 계명을 지키면서 하느님의 집에 있지만 교만과 허영에 빠져서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이들을 차별하고 무시했던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방황하면서 집을 나갔던 둘째 형을 걱정하였습니다. 형이 돌아오면 먹을 수 있도록 늘 따뜻한 밥을 한 공기 준비하였습니다. 어느 날, 둘째 형이 바람처럼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머니는 둘째 형을 위해서 따뜻한 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어머니의 가슴에는 앞가림을 잘 하는 형제들의 자리도 있었지만, 방황하던 둘째 형을 위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둘째 형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늘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둘째 형이 돌아오면 어머니의 그늘이 모처럼 활짝 갠 하늘같았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큰 아들처럼 지냈습니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어머니의 마음보다는 무시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세상의 것들에 있었던 큰 아들과 같았습니다.

 

사순시기입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둘째 아들처럼 희망을 간직하고 아버지의 집을 그리워한다면, 방향을 돌려서 아버지께 돌아올 수 있다면 자비하신 아버지께서는 사랑으로 받아 주십니다. 큰 아들처럼 비난과 불평을 간직하고 있다면 아버지의 집에 있을지라도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희망의 배를 타고 아버지께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집에 있으면서도 불평과 불만이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자비를 배우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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