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09 조회수2,177 추천수9 반대(0)

20218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 했습니다. 200110월에 시작된 전쟁이 20년 만에 끝났습니다. 미군은 텔레반과 협상하면서 미군의 철군을 결정했습니다. 당시에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 가니는 먼저 외국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대통령도 도망갔고, 정부의 관료들도 모두 도망갔습니다. 수도인 카불 공항은 외국으로 도망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기차도 아니고, 비행기에 매달려서 도망가려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미국이 지원해준 무기는 탈레반에게 넘어갔고, 행정조직은 쉽게 무너졌습니다. 미국은 20년간 아프가니스탄의 자치정부가 국가를 통치할 수 있도록 지원했지만 무능과 부정부패에 물든 아프가니스탄 행정부는 탈레반에게 국가를 넘겨주었고, 국민들도 도망간 국가지도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준다고 합니다. 국민을 외면하고 가족들과 해외도 도망간 대통령을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20222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습니다. 군사대국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3일이면 수도인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1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키이우는 함락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러시아는 명분 없는 전쟁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재제로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명분 없는 전쟁에 자녀들이 사망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도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이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끝가지 수도인 키이우에 남아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울 것을 독려하였습니다. 미국, 유럽연합, 영국의 의회에 화상으로 연설하면서 지원을 요청하였습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을 맺고 전쟁을 마무리한다면 역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주일입니다. ‘호산나 하느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라는 환영을 받으며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가 예루살렘에서 시작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는 심각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시작은 예수님의 제자인 유다의 배반이었습니다. 유다는 스승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넘겼습니다.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지옥까지라도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베드로는 새벽닭이 울 때까지 스승인 예수님을 3번이나 모른다고 배반하였습니다. 수석사제와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의 율법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단죄하였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반발이 두려워 예수님을 로마의 총독인 빌라도에게 넘겼습니다. 서로 원수였던 헤로데와 빌라도는 친구가 되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하였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바로 십자가의 길에 서 있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성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가시는 예수님 곁에는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 십자가의 길을 함께 하시는 어머니 성모님이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도망갔지만 성모님은 예수님 고난의 길에 끝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이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무게에 넘어지셨던 예수님은 잠시 쉴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수건으로 닦아드렸던 베로니카가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예루살렘의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들의 슬픔을 위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면서 하혈이 멈추었던 여인, 예수님의 일어나라라는 말씀으로 죽었다 살아났던 소녀의 어머니, 예수님께 믿음을 칭찬받았던 이방인이었던 시로페니키아 여인, 예수님께 죄를 용서 받고 새 삶을 찾았던 여인,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 드렸던 여인입니다. 예수님께 자비를 청하였던 십자가 위의 죄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성서는 이들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주일입니다. 나는 어느 편에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 속에 있었는지, 은전 서른 닢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와 함께 있었는지, 예수님을 3번이나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처럼 나 역시 예수님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내가 가진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예수님을 모함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키레네 사람 시몬처럼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갈 수 있다면,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드린 베로니카처럼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예수님의 제자였던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처럼 예수님의 죽음까지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들의 편에 있다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말씀하실 것입니다. ‘넌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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