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10.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주십시오”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09 조회수1,483 추천수5 반대(0) 신고

루카 22, 14-23, 56(주님 수난성지주일)


오늘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사건을 기념하는 성지주일입니다. 

동시에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는 수난 주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임금으로 환영하는 상징적 행위로 성지가지를 축성하여 성당에 들고 들어왔으며, 또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수난사를 들었습니다.

오늘 <전례> 역시,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님을 임금으로 환호하고 환영하던 행렬은 배척과 조롱의 십자가 행렬로 바뀌고, 하늘높이 흔들던 영광과 축복의 성지가지는 저주와 모욕의 채찍으로 바뀝니다. 

자신의 겉옷을 벗어 길에 깔았던 바로 그들이, 이제 예수님의 속옷마저 벗겨가고, 나귀위에 오르셨던 바로 그분은 이제 십자가 위에 매달리십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왕으로 성 안으로 모셔진 바로 그분이, 죄인으로 강도와 함께 성 밖에서 처형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신기하게도, 이러한 일을 예언자 이사야는 <제1독서>에서 미리 예언하고 있고, 사도 바오로는 <제2독서>에서 찬미노래로 부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는 부활성야 때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우선 사랑을 거절한 까닭이 아닐까! 하느님의 사랑을 거절한 까닭 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이 세상에 아드님이 왔건만, 그분도, 그분의 사랑도 거절된 까닭이 아닐까요! 

결국, 예수님은 사랑의 거절 때문에, 고통 받으신 것이 아닐까! 

오늘도 당신 사랑에 대한 나의 거절 때문에, 당신께서는 고통 받고 계시지는 않는 걸까요! 

그러나 당신의 사랑은 하도 커서, 거절당해도 멈출 수가 없는 사랑인가 봅니다. 

하도 커서, 배신을 당해도 그칠 수가 없는 사랑인가 봅니다. 

‘죽기까지’ 해도 다하지 못할 사랑인가 봅니다. 

사랑에는 자신을 죽이는 아픔이 따르기 마련인가 봅니다. 

고통 속에서도 당신의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려서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주십시오”(루카 27,34)하고 간청하십니다. 

사랑 때문에, 고통을 감수하시면서까지 용서하시는 자비의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이 일이 빚어진 것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인간의 거절 때문이지만, 드러난 것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보다 먼저 고통 받으셨습니다. 

결국, 고통 받더라도 사랑하기를 결코 멈추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상처 받더라도, 사랑하기를 결코 멈추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죽기까지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대체, 왜 하느님의 사랑을 거절한 걸까요? 

왜 예수님을 거절한 것일까요? 

종교지도자들과 원로들은 왜 예수님을 반대한 걸까요? 

왜 그들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걸까요? 

또 유다스와 베드로, 그분의 제자들은 왜 걸려 넘어진 걸까요? 

그것은 그들이 작아지고 섬기려 하지 않은 까닭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기득권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지배와 권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들은 누가 제일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 했습니다. 

베드로는 자신감으로 자신을 내세우다 꾸중을 듣고,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의 옆자리를 요구하다가, 그리고 다른 제자들은 그것을 보고 화를 내다가 꾸중을 들었습니다. 

그들이 작아지고 섬기려 하지 않은 까닭이었습니다.

마치,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의 왕들과 기득권자들은 가진 자로서 권세와 횡포를 부리고, 지배하고 군림하고자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작은 자들에게서 빼앗고, 힘없는 이들을 때리고 억압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섬기는 것을 다스림의 기준으로 제시하십니다. 

그리고 스스로 섬기는 사람으로 처신하신다. 아버지를 섬기고, 제자들을 섬기고, 최후만찬에서는 자신을 배신할 제자들마저도 섬기십니다. 

참으로, 작아지고 낮아져서 남을 섬기며,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왕으로 자처하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을 뒤따르는 우리의 삶도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호사스런 영광을 취하기보다, 작아지고 섬기는 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혹 우리 역시 당시의 제자들처럼, 작아지고 섬기려하지 않으려다 자칫 예수님을 거절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거절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아멘. 

 

- 오늘 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루카 27,34)

주님!

그 어떤 모든 일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것은 당신의 사랑이게 하소서.

그 어떤 저의 거절 때문이라도

드러난 것은 당신의 크신 사랑이게 하소서

먼저 사랑하시고 결코 멈출 줄 모르는

그 사랑을 결코 잊지 말게 하소서.

상처 받더라도 사랑하기를 결코 멈추지 말게 하소서.

죽기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