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19 조회수2,039 추천수7 반대(1)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보기도 하고, 사진으로 보기도 합니다. 나의 행동과 삶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때로 주관적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생각과 판단을 통해서 나의 행동과 삶을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제자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수님께 전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예언자라고 생각하였고, 죽은 세례자 요한이 살아온 것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을 보고 판단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하였습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대답을 칭찬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과테말라에서 선교하는 후배 신부님이 휴가차 뉴욕에 왔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서 같이 식당으로 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계산을 하는데 옆 좌석에 있던 자매님이 저를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신부님이 계산하는 것을 처음 봅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교우들의 눈에 사제가 계산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나 봅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계산한 적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모임의 자리에 먼저 앉은 적이 많았지만 제가 먼저 계산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계산한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보다는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브루클린 한인 성당은 매주 친교를 합니다. 샌드위치, 김밥, 베이글, , 빵과 같은 것을 마련합니다. 지난주에는 김밥 만드는 교우 집엘 가보았습니다. 10명 정도의 교우들이 열심히 김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김밥을 만드는 분, 만든 김밥을 썰어 용기에 담든 분, 포장지에 젓가락을 붙이는 분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숙련된 솜씨로 김밥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김밥 한 줄을 말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김밥을 맛있게 먹었지만, 제가 만들어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김밥 한 줄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사제는 복음 3덕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길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이기 때문입니다. 복음 3덕은 정결, 가난, 순명입니다. 독신은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있는 것입니다. 혼사 살면서 권위적이고 교만하며 자신 밖에 모른다면 그것은 참된 독신이 아닙니다. 가정을 가졌어도 하느님이 삶의 중심에 있다면 정결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혼자 사느냐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가난은 영혼을 맑게 만드는 향기와 같습니다. 교회가 부유해지면, 사제의 삶이 부유해지면 그리스도의 향기는 사라지게 됩니다. 사제는 병든 이, 가난한 이, 외로운 이, 장애인, 독거노인, 냉담자를 우선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모든 것을 가지셨지만 스스로 가난함을 선택한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순명은 좋은 것만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 가셨듯이, 고난의 잔을 마셨듯이 나쁜 것도 괴로운 것도 주님을 위해서 따르는 것이 참된 순명입니다. ‘신자들 때문에, 주교님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만나서, 친구들 때문에라며 핑계를 대는 것은 참된 순명이 아닙니다. 사제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부르심에 라고 응답해야 합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길과 비슷합니다.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에게 엠마오는 더 이상 의미도 가치도 없어졌습니다. 그들에게는 이제 예수님께서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언제 어디서이든지 엠마오가 되는 것입니다. 본당 신부로 있어도, 학교 교수 신부로 있어도, 교구청에 있어도, 병원의 원목으로 있어도, 교포사목을 해도, 저같이 신문사에 있어도 예수님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곳은 엠마오가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을 듣고 변화된 삶을 살아간다면 그곳은 바로 엠마오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하느님 나라도 어쩌면 그와 같을 것입니다. 돈으로, 명예로, 권력으로 가는 곳이 아닙니다. 오늘 내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변화된 삶을 산다면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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