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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 2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23 조회수2,008 추천수5 반대(0)

저의 생년월일은 주민등록에 있는 것과 집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다릅니다. 세상은 주민등록에 있는 저의 생년월일은 기준으로 저를 기억합니다. 집에서 이야기하는 생년월일을 기록하면 인정하지 않습니다. 학교의 학적부에도, 은행의 전산에도, 사제의 인명부에도, 여권에도 주민등록에 기록된 생년월일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1년 어리게 기록된 것 때문에 고민도 있었습니다. 신학교는 나이순으로 순서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1학년 때 50명이 같은 강당에서 잠을 잤습니다. ‘대침실이라고 불렀습니다. 1년 늦은 나이 때문에 입구에서 가장 먼 자리로 배정 받았습니다. 본당 신부가 될 때도 1년 늦은 나이 때문에 조금 늦게 본당 발령을 받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1년 늦게 기록된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1년을 더 젊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년을 더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주민등록에 등록된 저의 생년월일보다는 부모님께서 알려주시는 생년월일을 본래의 생년월일로 믿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낳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양치기 소년을 읽었습니다. 양을 치던 소년은 심심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습니다. 늑대로부터 양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늑대는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돌아갔습니다. 다시 심심했던 소년은 불이야!’라고 소리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동이에 물을 담아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불은 나지 않았습니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습니다.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쳤지만 마을 사람들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늑대는 양들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진짜 불이 났습니다. 소년은 불이야!’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물동이에 물을 담아 오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치기 소년의 장난은 마을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팻말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에게 전도한다고 하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을 욕되게 하는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간디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는 존경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존경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들에게서 양치기 소년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토마스야,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믿음에는 3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첫째, 성공, 재물, 권력을 믿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편리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거짓믿음입니다. 불 속으로 날아가는 나방처럼 그런 믿음의 끝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과학, 기술, 수학을 믿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풍요로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현대문명의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유사믿음입니다. 과학, 기술, 수학으로 쌓은 믿음은 바벨탑과 같아서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한 믿음입니다. 죽었지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살아서 믿는 사람은 그 믿음 때문에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살게 됩니다. 죽더라도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의 첫 순교자 스테파노는 이 믿음으로 목숨을 바쳤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생년월일에 대한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의 믿음은 성공, 재물, 권력을 얻으려는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의 믿음은 과학, 기술, 수학의 법칙에 대한 믿음도 아닙니다. 우리의 믿음은 그 믿음 때문에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까지 기꺼이 내줄 수 있는 믿음입니다. 믿음 때문에 목숨을 바쳤던 순교자들의 믿음입니다. 2000년 전에 토마스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제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2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 평화를 주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잘못한 이를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은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억울한 사람, 갇힌 사람들과 연대하고 함께 해야 합니다. 부활 하신 주님께서는 무슨 커다란 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것을 묻지 않으시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있기를!”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이웃과 가족들에게 평화를 빌어 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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