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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 사라의 안타까운 사연 / 토비야의 여행과 혼인[2] / 토빗기[1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25 조회수1,290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 사라의 안타까운 사연(토빗 6,17-18)

 

사실 메디아의 엑바타나에 사는 라구엘의 딸 사라는 불운했다. 그녀는 자기 아버지의 여종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서 엄청난 모욕의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무려 일곱 남정에게 시집을 갔지만, 첫날밤에 신랑과 한 몸이 되기도 전에,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아스모대오스라는 악귀가 남편들을 죽였다. 그래서 그 못된 여종이 사라의 이 안쓰러운 흠집에 더 흠을 가하고자 욕된 소리까지 해된 것이다. 참으로 그녀에게는 듣기가 거북한 악담이었다. 악귀가 어찌 첫날 밤 신방에 든 남편을 죽게 만드는 게, 비단 사라만의 잘못이겠는가? 그것도 벌써 일곱이나 줄줄이!

 

그렇지만 집안의 한 여종이 사라를 그렇게 몰아대는 게 아닌가? “남편들을 죽이는 자는 남이 아닌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은 일곱 남자에게 시집갔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 이름도 받지 못했어요. 그리하여 당신 남편들이 죽었으면 죽었지 왜 우리를 이렇게 매섭게 때리죠? 차라리 죽은 당신 남편들께 따라나서지를 않고요. 그래야만 우리가 이런 대낮에 당신의 아들딸들을 영영 보지를 않죠.” 이는 참으로 악담중의 큰 악담이었다. 서방이 야밤에 급작스럽게 죽은 것도 억울하기 그지없는데, 차마 한 집에 사는 여종으로부터 있지도 않은 손 찌금까지 들먹이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사실 고대인들은 질병이나 뜻밖의 이러한 죽음을, 대게가 마귀나 악령의 탓으로 생각하였다(마태 9,32; 12,22; 루카 11,24; 13,11.16 참조). 그리고 여자에게는 별도의 성()이 따로 없었다. 그 이유는 그들은 아버지나 남편의 이름을 받아, 처녀 때에는 누구의 딸’, 혼인한 뒤에는 누구의 아내가 성의 구실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라로서는 같은 여성입장에서의 이런 모욕을 듣는 것은 그야말로 울분이 치밀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그날 사라는 마음에 슬픔이 가득 차서, 그저 울면서 자기 아버지 집 위층 방으로 올라가 목을 매려하였다. 위에서 한참이나 흐느낀 그녀는 생각을 다시 가다듬고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사람들이 당신에게는 사랑하는 외동딸밖에 없었는데 그 애가 그런 불행을 못 이겨서 결국은 목을 매고 말았구려.’ 하면서, 아버지를 모욕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되지. 만일 그러면 늙으신 부모님께서 나 때문에 또 슬퍼하시며 저승으로 내려가시게 되겠지. 그래서 이런 헛된 죽음보다는, 오랜 굴욕의 말을 듣지 않고 죽게 해 주십사고 찬미를 드러내시는 하느님께 빌어보는 것이 더는 낫겠다.” 그러면서 그녀는 창 쪽으로 양팔을 벌리고 기도하였다. 그녀의 기도는 너무나 애절했다. 일곱을 벌써 보낸 여자로서는, 어디 더 살 필요가 있느냐며 죽기 살기다. 어차피 제 목숨 거두는 게 당신 뜻이라면, 차라리 죽여 달라는 투였다.

 

자비의 하느님, 당신 이름은 영원히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이 하신 이 일들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이제 저는 당신께 눈을 들어 올립니다. 그리하여 제가 여기에서 벗어나 이러한 굴욕의 말을 듣지 않게 해주소서. 주님, 당신께서는 아십니다, 제가 남정네에게 하나도 더럽혀지지 않은 깨끗함을, 제가 이 머나먼 곳에서 제 이름이나 제 아버지 이름을 더럽힌 적이 없음을. 저는 제 부모님에게 하나뿐인 자식입니다. 제 집안에서는 대를 이을 다른 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저를 아내로 맞아들일 가까운 친족도 일가붙이도 하나 없습니다. 벌써 저는 일곱 남편을 보냈습니다. 제 목숨 거두는 게 당신 뜻이라면, 어차피 저를 죽여주소서!”

 

바로 이 기도의 응답이 하느님에게 다다란 것이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라파엘을 통해, 저 불운한 사라의 청을 들어주도록 파견된 게 아닌가? 그것도 토비야를 통해 사라의 억울함을 해결해 줄 참이었다. 그게 토비야와 사라의 혼인이었다. 여기에 억울한 사연 하나를 더 보태어, 토빗에게는 그의 눈에서 하얀 막을 벗겨 하느님의 빛을 보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토빗의 눈을 고치는 처방은 이미 티그리스 강가에서 마련되었다. 이제 남은 건 라구엘의 딸 불운한 사라를 토빗의 아들 토비야의 아내가 되게 해 주는 것이다. 그 몹쓸 아스모대오스 악귀를 내쫓는 처방약도 이미 티그리스 강변에서 조제해 토비야가 고이 간직하고 있는 터다.

 

사실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려하는 자격을 토비야가 누구보다도 최우선 자격이었다. 아무튼 토비야 역시 엑바타나에 사는 라구엘의 딸 사라는 불운한 이야기를 니네베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몇 차례 들은 바가 있어 익히 알고 있었다. 이렇게 예전에 들은 바가 있는 터라 그는 라파엘에게 아무런 놀란 기색도 없이 대답하였다. “아자르야 형제, 내가 이전에도 사라에 관한 불운한 이야기를 여러 번이나 들었소. 그들이 그녀 방으로 들어만 가면 그 밤으로 모두 죽었다오. 마귀 녀석들이 어떤 연유인지 그들만 죽였다는 군요. 마귀가 그 여자는 해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는 남자만 죽이는 것이오. 그녀에게는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 그 자체요.”

 

그리하여 천사는 토비야의 반응을 잠시 살핀 후, 누가 들어도 적절하고 치밀하기 그지없는 불운한 사라에 대해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그 처방까지 솔직히 털어내 놓는다.[계속]

 

[참조] : 이어서 ‘4. 라구엘을 만난 토비야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라구엘,첫날 밤,외동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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