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4-28 조회수1,906 추천수5 반대(0)

우리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과거는 기억과 추억으로 남습니다. 미래는 기대와 희망으로 기다립니다. 저도 과거의 기억과 추억으로 웃음 짓곤 합니다. 실수도, 성공도 지나간 과거로 남으면 추억의 앨범에 남는 사진과 같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성지순례를 갔을 때, 동창 신부님들과 휴가를 갔을 때도 생각납니다. 나환자 마을에 봉사 갔을 때, 농촌으로 봉사 갔을 때도 생각납니다. 이렇게 우리는 과거라는 기억과 추억에 의지하면서 현재를 살아갑니다. 미래는 지금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디딤돌이 됩니다. 이민 온 분들이 고생하면서 새벽잠을 설치던 것도 아이들에게 더 낳은 미래를 주기 위해서 입니다. 농부가 뜨거운 여름 땀을 흘리면서 밭을 가는 것은 가을의 풍성한 결실에 대한 희망 때문입니다. 저도 미국에 온지 3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지나간 날이 남은 날보다 더 많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신앙의 발판이 됩니다.

 

그런가하면 과거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 때는는 이라고 말하면서 젊은이들을 훈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나 때는이라고 하면서 율법과 계명의 로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취급하였습니다. 과거에 누렸던 부귀와 영화에 젖어 있으면서 현실의 고난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과거는 유령이 되어서 현실의 을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이민 온지 40, 50년이 된 분들은 변화된 한국의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분들의 기억은 과거에 묶여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지금의 기쁨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 걱정, 근심의 90%는 벌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우리의 지나친 근심과 걱정이 지금의 기쁨을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그것이 지나치면 우울증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지나치면 현실의 삶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지금, 여기를 말씀하십니다.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쟁기를 잡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들에 피는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생각해 보라. 수고도 아니 하고 길쌈도 아니 하느니라. 그러나 솔로몬의 모든 영광도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느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늘 하물며 너희는 어떠하겠느냐?” 이슬람의 신비주의자 루미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로 하여금 신을 보지 못하도록 장막을 친다. 과거와 미래 일랑 모두 불살라 버려라.” 13세기의 영적 스승인 에크하르트는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시간은 빛이 우리에게 당도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신에게 이르는 데 있어서 시간보다 더 큰 장애물은 없다.” 예수님께서 부르셨을 때 제자들은 즉시 그물과 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에게 맡기고 지금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불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부처가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면 부처도 버려라.’ 우리가 하느님께 가는데 방해가 된다면 과거도, 미래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부자청년은 물려받은 과거의 재산 때문에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을 포기하였습니다. 제자들은 아직 오지 않았던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 십자가의 길에 함께 하지 못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예수님의 때문에 물려받았던 과거의 재물을 기꺼이 포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쓰러져 가는 교회의 기둥을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이야기입니다. 필립보와 안드레아는 아직 오지 않는 미래의 걱정 때문에 그동안 보여 주셨던 주님의 권능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빵을 많게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걱정합니다. 고작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어떻게 먹일 수 있을지 걱정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물고기와 빵을 나누어 주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도 12광주리가 남았습니다.

 

과거에 그런 일이 없었다는 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걱정을 떨쳐버린다면 지금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고, 희망의 발판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이 부활입니다. 그래서 사도들은 모든 근심, 걱정을 버릴 수 있었고,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사도들은 그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았다고 기뻐하며, 최고 의회 앞에서 물러 나왔다. 사도들은 날마다 성전에서 또 이 집 저 집에서 끊임없이 가르치면서 예수님은 메시아시라고 선포하였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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