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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의심과의 대화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05-19 조회수1,391 추천수3 반대(0) 신고

어느 고요한 아침, 나는 의심과 대화했습니다. "의심, 이 친구야, 자네가 나를 일찌감치 잠에서 깨우는구먼. 자네와 나는 긴 시간을 함께 했지. 사실 난 자네와 함께 하는 시간이 그리 유쾌하지 않을 때도 잦았다네. 하지만 자네에게 감사해. 자네가 없었다면 난 너무 빨리 만족해 버렸을 테니까. 자네는 내게 캐묻고 연구하라고 다그쳤지. 내가 철저해지기를 바랐지. 그런 자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걸세. 

 

요즘 내가 자네에게 시간을 많이 못 내고 있다는 건 나도 아네. 그렇지만 너무 언짢아하지 말게. 난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네. 해야 할 일이 내 앞에 있거든. 일단은 약해지지 않고 그 일을 하려 해. 그 뒤에 자네 말을 들으러 다시 오겠네. 

 

지금은 무엇보다 소명의 삶을 살면서 소망이라는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네. 그러고 나면 분명 자네는 다시 내게 물어올 테지. 나는 대답을 할 테고 말이야. 그때 난 자네 물음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답하겠네." 에스파냐의 철학자 우나무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에 열정도 없고, 정신적 고통도 없고, 의심도 불안도 절망도 없이 자족하는 사람은 하느님에 대한 생각을 믿을 뿐, 하느님 자체를 믿는 것이 아니다." 의심과 불안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합니다. 

 

의심은 하느님의 사자로서, 우리의 상태를 묻습니다. 우리가 깨달은 것을 실천하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믿음이 단단해지는 것은 생각이나 감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순종을 통해서입니다. 의심은 생각이나 감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의심은 소명을 받아들이고 봉사하는 삶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신앙이란 이해하는 길이 아니고 신뢰하는 길입니다. 삶의 역겨움 가운데 믿음을 잃지 않는 태도는 거룩한 고집입니다.

 

*가문비 나무의 노래중에서/ 마틴 슐레스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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