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기도하는 교회 (13) 안수(按手)와 도유(塗油) 안수(按手) : 야곱은 요셉의 아들들의 머리에 팔을 얹어 축복하였습니다(창세 48,14 이하). 그리고 예수님께도 어린이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습니다(마르 10,16). 이처럼 안수는 무엇보다도 축복하는 자세입니다. 또한 모세가 손을 얹어 여호수아에게 자신의 직분을 이어받게 한 것처럼(민수 27,18 이하), 안수는 직무의 전달과 그 직무를 수행할 능력을 부여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품 성사 거행에서 안수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수여하신 직무와 그 능력을 수품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표징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수하시며 병자들을 치유하셨고(마르 6,5; 8,23), 사도들에게도 병자에게 손을 얹어 치유하는 능력을 부여하셨습니다(마르 16,18). 그리고 사도들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손을 얹어 병자를 고쳐주었습니다(사도 5,12; 14,3 참조). 그래서 병자 성사와 고해 성사 거행 중에 사제는 안수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성령의 능력으로 영혼과 육신의 치유가 이루어지기를 청합니다. 더 나아가 사도들의 안수를 통하여 성령이 주어졌습니다(사도 8,17-19; 13,3; 19,6 참조). 세례 성사와 특별히 견진 성사 중에 안수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들은 성령을 받습니다. 이처럼 안수는 성령의 선물을 드러내는 표징입니다. 축복도, 직무와 능력의 전달도, 병의 치유도 모두 성령의 선물로 가능합니다. 미사 거행 중에 사제는 빵과 포도주 위에 손을 펴 얹는 안수와 함께 성령께서 내려오시어 성체와 성혈을 이루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이 성령 청원 기도(Epiclesis)는 교회가 보존하고 있는 안수(按手)라는 표징의 의미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도유(塗油) : 성경 안에서도, 고대 사회의 상징 체계 안에서도 기름 부음塗油은 풍부한 의미를 지닙니다. 기름은 풍요와 기쁨의 상징입니다. 동시에 기름은 깨끗하게 하며(목욕 전후에 기름 바름), 유연하게 만들고(운동 선수에게 기름 바름), 깨지고 상처 난 데를 낫게 하므로 치유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또 향기로운 기름은 아름다움과 건강과 힘을 되돌려 주는 것이었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293항 참조). 이러한 기름 바름의 의미들은 성사 거행 안에서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예비 신자에게 기름 바름(한국 교회는 하지 않음)은 정화와 강화를 의미합니다. 병자들에게 기름 바름은 치유와 위안을 뜻합니다. 세례 직후와 견진, 서품 때에 축성 성유를 바름은 축성되었다는 표징입니다(교리서 1294항 참조). 특히 축성 성유 바름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께 속한 이로 성별 되고 성령의 인장을 받으며, 성령의 충만함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며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교회의 전례 안에는 행동만이 아니라 성물과 같은 거룩한 표징들도 존재합니다. 이 표징들에 지나친 의미와 힘을 부여하여 만병통치나 만사형통의 도구로 여긴다면, 우리의 신앙은 맹목적인 믿음을 넘어서 광신이 됩니다. 반대로 과학적 합리성이나 이성을 내세워 전례의 표징이 드러내고 있는 신비를 무시하고 잃어버린다면, 우리의 믿음은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전례와 삶 안에서 거룩한 표징들을 통하여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 보이시고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께로 우리의 시선이 끊임없이 향할 때, 우리의 신앙은 올바른 신앙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믿음을 안에서 거룩한 표징들을 통하여 주시는 성령의 선물을 가득 받는 전례 생활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2025년 3월 16일(다해) 사순 제2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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